“쿠팡 블랙리스트 특별근로감독해야”

2024-02-14 00:00:00 게재

대책위 “6년간 취업방해, 헌법·법률 위에 군림”… MBC ‘PNG리스트’ 공개

쿠팡이 취업방해 블랙리스트를 운영해 온 것에 대해 쿠팡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 쿠팡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4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MBC는 13일 쿠팡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PNG 리스트’라는 제목의 엑셀문서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엑셀문서는 등록일자와 근무지, 요청자와 작성자에 이어, 이름과 생년월일, ‘원바코드’로 불리는 로그인 아이디, 연락처가 기재돼있다.

MBC는 문서 제목의 ‘PING’을 외교전문용어로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로 추론했다. 상대 국가의 특정 외교관을 거부할 때 사용하는 ‘기피인물’을 뜻한다.

PNG 리스트에 수록된 인원은 2017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만6450명으로 이후에도 계속 인원이 추가됐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에 기재된 당사자가 취업을 지원하는 경우 취업에서 배제하거나 일정기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배제사유는 정상적인 업무수행불가, 업무지시 불이행, 반복적 징계대상, 징계해고, 근무태만, 근무지 무단이탈 등 50여개에 이른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간부 혹은 조합원들 중 퇴사자 다수가 블랙리스트에 등재됐고 영구적 취업배제와 일정한 기간(24주)을 정해 취업에서 배제하는 형태로 운영해왔다.

권영국 대책위 대표(변호사)는 “쿠팡의 지시와 관리에 순종하는 이들만 채용하고 관리하겠다는 목적 외에는 블랙리스트의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며 “쿠팡의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물류센터에 취업하기 위해 제출된 개인정보를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보관하면서 모회사인 쿠팡과 공조해 작성·보관·운영해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취업지원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해당 당사자가 블랙리스트에서 확인되는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운영해왔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블랙리스트 운영은 직업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노조활동을 이유로 하는 취업배제는 그 자체로 노동3권을 침해한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취업에서 배제한 행위는 근로기준법(제40조)이 금지하고 있는 취업방해행위에, 노조 가입 및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1호)에, 취업을 위해 제공한 개인정보를 그 수집 목적을 넘어 이용하고 관리한 것은 개인정보호법(제18조 제1항 및 제2항)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반헌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태에 대해 수사당국은 철저히 수사해 응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그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또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들을 모아 쿠팡을 상대로 집단 고소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쿠팡측은 MBC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인사평가 자료는 MBC 보도에서 제시된 출처불명의 문서와 일치하지 않으며 어떠한 비밀기호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면서 “사업장 내에서 성희롱, 절도, 폭행, 반복적인 사규 위반 등의 행위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함께 일하는 수십만 직원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회사의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이어 “MBC의 비상식적이고 악의적인 보도 행태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를 포함한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