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무죄’ 판결문 보니

2024-02-14 00:00:00 게재

법원 “핵심증거 프로젝트G, 승계 무관 내부 보고서”

검찰 “물산주주 손해 의도한 약탈적 승계계획안”

민변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위해 고민한 것”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데는 법원이 핵심증거 ‘프로젝트G’ 문건을 승계와 무관한 내부검토보고서로 판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 검찰은 삼성물산 주주손해를 의도한 약탈적 불법 합병계획을 담고 있는 승계계획안이라고 봤지만 법원은 필요한 업무인 동시에 다양한 방안 검토보고서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프로젝트G’ 문건은 판결문에서 98차례 언급될 정도로 공소사실의 전제가 되는 핵심 증거였다.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부장판사)의 이 회장 무죄 판결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프로젝트G에 의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오로지 이 회장의 승계목적만을 위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물산에 불리하고 모직에 유리하게 합병시점을 선택했다는 검찰 주장을 배척했다. 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병으로 경영권이 안정화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모직 상장 이후 이 사건 합병 이사회 당시까지 모직 주가는 상승 추세였고,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역시 지속적으로 상향하고 있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모직 주가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주지 않았다. 합병 전 물산 주가는 하향세였고 증권사들도 2014년 10월경부터 물산에 대한 목표주가를 지속적으로 하향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그 무렵 물산은 기관투자자 순매도 1위 종목을 기록할 정도였다”며 “국민연금도 2014년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총 3357억원어치 물산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설명했다. 대외적으로 물산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던 엘리엇 역시 2015년 4월 하순경 자신들이 보유하던 물산 주식 1516억원 상당을 블록딜 방식으로 대량 매도했다는 이유이다.

이같은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김종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의 변호사는 지난 7일 좌담회에서 “프로젝트G 문건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목적은 일감몰아주기 해소, 물산지배력 확대라고 명시돼 있다”며 “프로젝트G 문건은 오로지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고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유지·강화하는 것이 바로 이재용 회장의 지분 확대(지배력 강화)라는 것이고, 검사는 이를 ‘약탈적 불법 합병’이라 지칭한 것”이라며 “그런데 재판부는 검사의 주장처럼 약탈적 불법 합병계획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니 (판결 내용이) 논지 자체로 충돌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항소 기한이 13일까지였지만 설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항소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점이 다수 있어 사실인정과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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