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세안 의장국 라오스, 개발 격차 해소와 경제 회복에 집중

2024-02-16 13:00:02 게재

미얀마 위기와 아세안 공동비전 공유 준비 과제 …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기대

지난 1월 29일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단체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얀마 마라 틴 흐띠크 외교부 상임장관 대행, 필리핀 테레사 라자로 외교부 차관, 싱가포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교부 장관, 태국 파른프리 바히다누카라 외교부 장관, 베트남 부이 탄 손 외교장관, 라오스 살룸사이 코마시스 외교장관, 말레이시아 모하마드 하산 외교부 장관, 브루나이 에리완 페힌 유소프 제2외무장관, 캄보디아 속 첸다 소피아 외교장관, 인도네시아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장관, 동티모르 벤디토 도스 산토스 프레이타스 외교장관, 아세안 카오 킴 혼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금년 1월 1일 라오스의 아세안 의장국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는 1년이다. 작년 의장국 인도네시아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았다. 아세안 의장국은 10개 회원국이 영문 국명 알파벳순으로 번갈아 가면서 차례로 1년씩 수임한다.

라오스는 1997년에 미얀마와 함께 아세안에 가입했다. 아세안에 막차를 탄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다. 맨 마지막으로 1999년 캄보디아가 가입했다. 현재 동티모르가 11번째 회원국이 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라오스는 아세안에 가입한 이래 2004년과 2016년 두 차례 의장국을 수임했으며 올해 다시 의장국을 수임하여 세 번째로 아세안을 대표하고 있다.

라오스 정부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 수임과 연동해 올해를 ‘2024 라오스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본격적인 라오스 알리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아세안 의장국 지위를 십분 할용하고 있다.

◆라오스, 동남아 지정학적 허브 역할 = 라오스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나라다. 동남아의 유일한 내륙국가 이기도 하다. 국경을 접하는 중국과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및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위치가 말해주듯 라오스는 과거부터 경제적으로는 태국과, 정치.안보적으로는 베트남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최근 들어와서는 일대일로 사업 및 중-메콩 협력체제 가동 등으로 중국과 다방면에 걸쳐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라오스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 수임 주제를 ‘아세안: 연계성과 복원력 강화(ASEAN: Enhancing Connectivity and Resilience)’로 결정하였다. 이는 개발 격차 해소와 경제 회복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라오스의 야심찬 의지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직전 2023년 아세안 의장국 인도네시아의 의장국 수임 주제는 ‘아세안의 중요성: 성장의 중심(ASEAN Matters: Epicentrum of Growth)’이었다. 경제 회복과 성장을 중시하는 아세안 최우선순위의 맥을 라오스 의장국 역시 이어가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두 차례 의장국 수임 때와 달리 라오스는 올해 훨씬 더 요동치는 국제 정세 격동의 시기를 함께 해쳐나가야 하는 아세안을 이끌면서 리더십의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다른 한편, 2024년은 이러한 도전을 기회로 바꾸어 라오스의 아세안 내에서 위상과 국제적 존재감을 고양하고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도 올해는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이해 한-아세안 관계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의장국 라오스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다가온다.

◆9개 우선순위별 구체적 사업 추진 = 꼼마싯 라오스 부총리겸 외교장관은 작년 12월 7일 싱가포르 소재 동남아연구소 주최 제 24회 아세안 강론(Lecture)과 올해 1월 29일 아세안 의장국 공식 활동의 서막을 알리는 아세안 외교장관 리트리트 계기에 올해 아세안 의장국 수임 주제인 ‘아세안: 연계성 및 복원력 강화’ 개념을 보다 구체화 했다.

연계성 강화와 관련해서는 4가지 우선순위가 설정됐다. 첫째: 경제 통합과 경제 연계, 둘째: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 셋째: 디지털 미래로의 전환, 넷째: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아세안의 문화.예술 역할 신장이다.

복원력 강화와 관련해서는 5가지 우선순위가 설정됐다. 첫째: ‘2045 아세안공동체 비전’ 이행을 위한 전략 계획 성안, 둘째: 아세안 중심성 증진, 셋째: 환경협력 증진-기후변화 복원력 강화, 넷째: 여성과 아동 역량 강화-아세안의 행동주의 전환을 지향하는 여성과 아동 역할 증진, 다섯째: 보건-새로운 맥락에서 아세안 보건 개발 복원력 증진이다.

이러한 우선 순위는 아세안 공동체와 통합 및 중심성을 강화하며 동시에 지역 및 글로벌 도전과 불확실성 한가운데에서도 복원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라오스의 선도 하에 아세안은 상기 9개 우선순위별 구체적 사업을 시행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다.

◆올해 아세안 관련 회의만 960여개 = 32개 항으로 구성된 1월 29일 아세안 외교장관 리트리트 의장 언론 성명은 라오스가 올해 960여개의 아세안 관련 회의를 어떻게 조직할 지를 잘 보여준다. 이목을 끄는 두 개의 중요한 이슈는 미얀마 위기와 2025년 이후 아세안 공동체 비전 성안이다.

계속되는 미얀마 사태는 57년 역사의 아세안의 적합성을 시험할 중차대한 문제다. 라오스가 미얀마의 수렁을 관리하고 이해당사자들 간의 신뢰 결핍을 줄일 수 있다면 오랫동안 기다린 포용적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의장국 라오스의 또 한 가지 중요한 과제는 내년에 아세안이 ‘2045년 아세안 공동체 비전’을 전 세계와 공유하는 일을 준비하는 과제다. 라오스의 의장국 임기 종료 이전에 비전 초안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제 의장국의 책임이 됐다. 다행히도 2025년 이후 아세안 공동체 비전 성안 과제를 부여받은 고위급 태스크 포스는 이미 정치.안보 기둥, 경제 기둥 및 사회.문화 기둥별 비전에 담을 핵심적 요소에 합의를 이룬 상태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아세안 관련 이슈에 추가해 사이버 안보, 기후변화, 북한의 미사일 시험과 발사 급증 등 한반도 정세, 남중국해 문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한중일 3국 협력 문제 등 국제 정세 전반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의장국 라오스에 대한 세가지 기대 = 한편, 지난 1월 2일자 인도네시아 유력 일간 자카르타 포스트지는 의장국 라오스에 대한 기대를 담은 ‘라오스의 아세안 의장국 수임’ 제하 사설을 게재하여 관심을 끈 바 있다. 라오스는 아세안의 창립 회원국들과 비교하여 훨씬 적은 인구와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과거 두차례 의장국 수임 시 자신의 패기를 증명한 바 있다고 하면서, 인도네시아와 같은 인근 대국도 풀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라오스가 동료 아세안 국가들을 도와서 중요한 돌파구를 제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공평 하다고 주장했다.

의장국 라오스에 대한 기대는 세가지 핵심 분야로 정리되어 있다. 첫째, 미얀마 위기 관련 사항이다. 아세안 지도자들은 작년 정상회의에서 미얀마 군사정권이 어떠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나 회의를 주최하는 것을 무기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작년 9월 자카르타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지도자들은 라오스를 현 의장국으로, 인도네시아를 직전 의장국으로, 말레이시아를 2025년 의장국으로 하는 미얀마 문제에 대한 트로이카를 설립하였다. 그 목표는 명백하다. 즉, 현 의장국이 미얀마에 대한 아세안의 결정을 위반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둘째, 라오스는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아세안의 입장을 준수해야 한다. 라오스는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국가가 아니다. 중국은 아세안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완화하도록 모든 방법을 시도할 것이다. 최악의 아세안 정상회의 중 하나는 캄보디아 훈센 총리가 정상 공동성명에 남중국해 관련 문안을 완전히 차단했을 때인 2012년 개최됐다. 우리는 라오스가 2016년 입증한 것처럼 그러한 실책을 범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셋째, 라오스는 동티모르의 아세안 회원국 가입을 가속화 할 권한을 갖고 있다. 1996년 당시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 지역 지도자들을 설득해 라오스, 미얀마 및 캄보디아의 아세안 가입 문호를 여는데 성공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렇게 함으로써 전체 지역이 아세안의 품으로 들어올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1999년 역사는 그가 틀렸음을 입증했다. 1999년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에서 분리하기로 결정하고 궁극적으로 2002년 5월 20일 동티모르(Timor-Leste)라는 주권국가가 됐다.

◆한-아세안 관계 격상위한 소통 강화 = 올해는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다. 한국과 아세안은 이를 계기로 양측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다. 올 10월 한-아세안 정상회의 계기 공식 발표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29일 아세안 외교장관 리트리트 후 발표된 의장 언론성명은 “아세안-한국 대화 관계 35주년 계기 한국측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요청을 환영한다”고 매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과 맺는 최상위급의 관계이며 이러한 관계 격상은 한-아세안 관계 역사에 있어서 한 획을 긋는 이정표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올해 아세안 의장국 라오스와 함께 아세안 레벨, 메콩 레벨, 한-라오스 양자 레벨, 글로벌 레벨에서 다차원적, 다층적, 다면적 협력을 더 세밀히 조율하고 확대해 나가면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해문

전 태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