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 현안 즉답 피한 박성재 후보자

2024-02-16 13:00:41 게재

김건희 명품백 의혹에 “말하는 게 적절치 않아”

증여세 탈루 의혹엔 “꼼꼼히 살피지 못한 불찰”

4.10총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 공천이 한창인 가운데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큰 쟁점 없이 싱겁게 끝났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등 민감한 질문이 나왔지만 박 후보자는 즉답을 피하거나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박 후보자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제가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고 해당 기관에서 알아서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주장대로 명품백 수수 의혹이 이른바 ‘몰카’ 공작이라면 명품백은 몰카 공작의 증거물로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다.

‘명품백 의혹에 대해 당연히 수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 질의에도 박 후보자는 “사건이 여기저기 계류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여사가 명품백을 수수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송기헌 민주당 의원 지적에는 “전 정부 때부터 장기간 수사했지만 기소가 안됐다”며 “수많은 계좌주 가운데 명확하다고 판단되는 몇 명에 대해서는 기소가 된 모양인데 그 중에서도 아직 유죄가 나온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이 “기소된 사람들도 조사는 다 받았다”며 “(김 여사만) 조사조차 안받는 게 적절하냐”고 되묻고 나서야 “취임하면 할 수 있는 역할들을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청문회에서는 이 대표와 배우자인 김혜경씨 수사 관련 질의도 나왔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수사가 표적수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수사 단서는 거의 전 정부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걸 표적수사라고 할 수 있는지 제가 평가하기에는 좀 그렇다”고 답했다. 수행비서가 먼저 기소된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선 “수사가 더 빨리 진행됐으면 좋았겠다”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 “꼼꼼히 살피지 못한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박 후보자는 2018년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아파트를 24억5000만원에 사들였는데 당시 배우자의 재산이 3276만원에 불과해 박 후보자가 배우자 몫의 매입대금을 부담하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처음 집을 구입할 때 집사람이 공무원인 남편 기를 살려준다고 단독 명의로 한 것”이라며 “이후 이사를 가면서도 똑같이 등기하다 보니 사실상 재산은 아내와 공유한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면서 실질에 맞게 공동명의로 등기한 것으로 재산을 증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박 후보자는 다만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세법상 기준은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논란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빨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퇴직 후 고액의 수입을 올린 것과 관련해 ‘전관예우’ 지적이 제기된 것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다소 높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부당한 선임이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기억이 없다”고 해명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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