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브로커 끼고 연 100여건 수임, 보상금의 30%까지 수수

2024-02-20 13:00:02 게재

산재보험제도 특정감사 결과

노무법인 등 11곳 수사의뢰

486건 부정수급 사례 적발

#. 소음성 난청이 있던 A씨는 B노무법인이 추천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A씨가 “집 근처도 병원이 많은데 왜 멀리 가냐”고 물었더니 B노무법인은 “우리와 거래하는 병원”이라고 했다. 병원 이동은 노무법인 차량을 이용했고 진단·검사비도 노무법인에서 지급했다. A씨는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고 보상금 4800만원 가운데 수수료 1500만원(30%)을 노무법인에 입금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산재카르텔’ ‘나이롱환자’ 등 산재보험금 부정수급 사례가 확인됐다.

20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는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2023년 11~12월) 및 ‘노무법인 점검’(2024년 1월 18~29일)을 통해 노무법인 등을 매개로 한 산재카르텔 의심 정황 및 각종 부정사례를 적발해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근로복지공단(공단) 등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제도 전반에 대해 감사한 데 이어 산재요양 신청자 면담과정 등에서 발견된 의혹을 토대로 노무법인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서 위법 의심 정황을 확인했다.

산재브로커(사무장) 개입이 의심되는 일부 노무법인은 의료법을 위반해 진단비용 대납, 각종 편의 제공 등을 통해 환자를 특정병원에 소개·유인했다. 이러한 영업행위를 통해 기업형으로 연 100여 건의 사건을 수임해 환자가 받을 산재보상금의 최대 30%까지 지급받았다.

또 노무사나 변호사가 업무처리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사무장(산재브러커)이 산재보상 전과정을 처리했다.

일부 산재환자는 업무처리 과정에서 변호사나 노무사를 만난 적도 없이 사무장에게 일임한 후 수임료도 사무장에게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고용부는 이같은 위법 정황을 토대로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곳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한 공단 감사를 통해 부정수급 의심 사례 883건을 조사해 이 중 486건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적발액은 113억2500만원이다. 적발 사례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배액 징수, 장해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공단의 의심사례 4900여건에 대하 자체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형사고발 기준 강화, 전담부서 확대 개편 등 부정수급 예방조치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산재보험을 좀먹는 부조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산재보험 제도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추정의 원칙 관련 위임근거를 정비하고, 이른바 나이롱환자에 대해서는 표준요양기간 등을 통해 통제를 강화하며, 방만한 병원운영 등 혁신이 부족한 공단에 대해서 조직진단 등을 통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대다수 공단 임직원과 노무사들이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제도의 허점 등이 악용되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지난 1월 발족한 산재보상제도개선 TF에서 외부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발표에 대해 “부정수급은 철저히 조사하고 걸러내는 것이 맞지만 과연 이 정도를 가지고 산재카르텔이라고 주장할 만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극히 일부의 부정수급 사례를 가지고 산재환자 대부분을 실체 없는 카르텔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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