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말 목장에 우주센터 세운다 …“3년내 5000억 매출”

2024-02-21 13:00:20 게재

[인터뷰 -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민간위성 전초기지 “우주산업 10% 감당” 포부

관광에 첨단산업 접목 … 제주 경쟁력 강화

동·서제주 서귀포 ‘제주형 지자체’ 출범준비

“2027년이면 국내 우주산업의 10%는 제주가 감당할 수 있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6일 내일신문 인터뷰에서 “제주 우주산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어 국내 민간 우주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주도 제공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관광 말고 제주가 먹고 살 미래산업은 뭐냐’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상기된 표정의 그는 “3년 안에 제주는 민간 우주산업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며 “5000억원 매출은 거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소형큐브 위성 조립과 발사, 위성을 통해 취득한 데이터를 활용한 지상국 서비스 중심지로 키워 2027년 국내 우주산업(5조5000억원)의 10%를 점유한다는 포부다.

‘제주관광객 감소 추세’라는 보도에 대해선 “실상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2월 기준 제주 관광객은 전년보다 3.4% 늘었다”면서 “내국인은 5.5% 줄었지만 외국인은 6배 늘었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또 2026년 7월 민선9기 지자체 출범에 맞춰 동·서제주, 서귀포시 등 3개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주자치도가 부여받은 권한이양 특례를 공유하는 새로운 자치단체로 분권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오 지사는 지방의원(재선) 국회의원(재선)을 거쳐 지난 2022년 7월부터 제주도지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 16일 제주도청 집무실과 인근 간담회장에서 오 지사를 만났다.

"서귀포 앞바다에서 쏘아올린 우주발사체"

●제주에 우주기지를 만든다? 좀 낯설다.

지난해 12월 4일 제주 서귀포 중문 앞바다 바지선 위에서 민간 상용위성을 실은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에 앞서 7월에는 한화시스템하고 ‘우주산업 육성 업무협약식’을 맺고 한화가 소형 ‘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SAR) 위성’을 대량 생산, 발사하는 우주센터를 조성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라는 회사도 올해 자체 제작한 우주발사체를 제주해상에서 쏠 예정이다. 제주는 적도에 가깝고 사면이 바다여서 로켓 발사에선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는다. 발사 방위각에서 제주가 30도 정도인데 다른 남해안은 2~15도에 불과하다. 또 전파 간섭과 공역 제한, 군 작전지역·통제구역이 적다. 전문회사가 제주로 몰리는 이유가 뭐겠나.

지난해 12월 서귀포 중문 해상에서 우리 기술로 민간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제주도청 제공

●지리적 이점이 관련 산업 성공을 장담할 수 있나.

우주산업은 세계 각국에 뛰어든 미래산업인데 2020년 국내 산업규모가 2조7800억원 수준이다. 2027년이면 국내시장이 5조5000억원으로 두 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위성운영센터,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 천문연구원 전파천문대 등 국가기관이 이미 제주에 와 있다.

국내 위성제작 선두기업인 한화가 민간 위성 발사에 이어 올 상반기에 하원테크노캠퍼스에 우주센터를 짓기 시작한다. 2025년까지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말 목장터가 국내 최고의 우주기지로 변신하는 것이다. 또 한림읍에는 컨텍이라는 회사가 우주지상국 12기를 조성하고 있다. 소형·큐브 위성 제작·조립·발사에 위성 데이터 산업, 지상국 서비스와 우주 체험까지 우주산업을 매개로 한 새로운 성장엔진이 만들어진다. 3년내 국내 우주산업의 10%는 제주가 점유할 수 있다.

"제주 관광객을 늘고 있다" 급증하는 동남아 관광객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사실과 다르다. 2월 13일 기준 155만명으로 전년대비 3.4%가 늘었다. 내국인이 140만명인데 8만명 정도(5.5%) 줄었지만 외국인(15만명)은 611%(13만여명) 증가했다. 한류와 직항노선 증편 등의 영향으로 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 관광객이 늘고 있다. 지금 직항이 주 5회인데 7회로 늘면 더 늘어날 것이다. 4월 이후 국내 관광객도 늘어 연간 1400만명 시대를 다시 열 수 있을 것이다.

‘물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서비스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문제가 되지만 “제주는 무조건 싸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다낭·발리보다 국내 물가가 3배 비싸다. 제주 역시 3~6·7성급 숙박시설 등 다양한 수요에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전략을 마련하겠다.

●제주 2공항 문제가 상당히 오랜기간 진통을 겪고 있다. 어느 단계에 와 있나.

항공 수요 등을 고려해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도민 갈등을 최소화해 도민 이익을 키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를 협의 중에 있고 마무리 되면 항공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본계획을 고시하게 된다. 이후에도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절차가 남아 있는데 철저한 검증과 소통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갈 것이다.

"동제주·서제주·서귀포, 주민투표로 결정"

●올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강조했다.

지금 행정시로 돼 있는 제주·서귀포를 동제주·서제주·서귀포 3개 기초자치단체로 개편하자는 것인데 올해 하반기 주민투표 실시를 목표로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 제주 도민의 자기결정권과 특히 제주특별자치도가 갖는 다양한 특례를 공유하는 제주형 자치단체로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분권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치권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시행 후 변화와 강원·전북 등 신생 자치도에 제언 한다면.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후 외형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7차례 제도개선이 이뤄졌다. 국가권한을 넘겨받아 제주에 적합한 특례를 찾는데 주력했는데 자치입법권과 자치경찰제·영어교육도시, 무사증제도, 43개소 투자진흥지구 등은 타 지자체가 부러워하는 제도다. 물론 아직 극복해야 할 한계가 남아 있지만 역사적 진전을 이룬 것은 분명하다. 강원과 전북도 지방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살리면서 특례를 확대하려고 할텐데 국세 이양 등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일관계, 도시-지방외교로 갈등 풀어야"

●제주는 일본 지자체와 다양한 교류를 펼쳐왔는데 최근 군마현 추모비 철거로 난처한 상황일텐데.

제주가 일본 군마현과 실무교류 협약 체결을 위해 방문한 후 조선인 강제징용 추모비 철거가 이뤄졌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대목이다. 그렇다고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광과 청소년 교류에서 시작된 양 지역의 협력을 상생으로 키워야 한다.

국가 간 풀기 힘든 문제라도 도시의 지방외교에선 실용·미래지향적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제주는 주변 도시와 해상교류로 터전을 일궈왔다. 100년 전 제주~일본 오사카를 오간 정기여객선 ‘군대환’ 취항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인들 덕에 산업화와 교육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제주 =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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