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남긴 이낙연·이준석 결별 … 각자도생? 각자도사?

2024-02-21 13:00:26 게재

총선 50여일 앞두고 통합부터 결별까지 초고속

새 정치 기대한 '무당층 유권자' 실망 극복해야

설 연휴 첫날 전격적인 통합 선언으로 눈길을 끌었던 제3지대 빅텐트가 ‘11일 천하’로 끝났다. 통합 개혁신당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낙연 공동대표가 기존에 창당했던 새로운미래 복귀를 선언하면서 이들의 깜짝 통합은 초고속 결별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맞았다. 다시 독자노선을 걷게 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각자의 중텐트로 각자도생해야 하는 중대 국면을 맞이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0일 1시간 간격으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결별을 알렸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통합주체들의 합의는 부서졌다.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다”면서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새로운미래 책임위원회의 입장하는 이낙연 대표 새로운 미래 이낙연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열린 책임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1시간 후 이준석 대표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께 사과드린다”면서 “할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시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빅텐트가 찢어진 이유로 이낙연 대표의 지역구 출마 여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 등이 거론되지만 결국 핵심적인 이유는 이낙연·이준석 두 수장이 너무 달랐기 때문으로 모아진다. 두 사람이 함께 손잡고 나아가기엔 지지층과 정치이력의 차이가 너무 컸고, 막판엔 주도권 다툼까지 벌어지면서 더이상 함께 갈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최고위 참석하는 이준석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총선 50여일을 앞두고 초고속 통합과 결별을 맛본 두 세력은 이번 총선에서 생과 사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과제는 거대 양당의 정쟁에 지쳐 제3지대에 기대를 걸었던 무당층 유권자들의 실망을 수습하는 일이다.

이번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덜 잃었다’고 평가되는 이준석 대표가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찢어진 빅텐트에 연연해하기보다는 속도감 있는 정책 발표로 개혁신당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하는 일에 주력했다. 이준석 대표는 19일 전국민 출산휴가 급여제, 20일 양육비 국가보증제 도입 등 이틀 연속 정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중텐트의 왜소함보다는 홀가분함을 부각시키는 전략이다.

이준석 대표는 20일 KBS뉴스 인터뷰에서 “제3지대 파급력이라고 하는 것은 선거 막바지에 ‘(지지정당) 모름, 없음’이라고 분류했던 유권자들 또는 (중략) 국민의힘이 싫어서 민주당 지지하는, 민주당이 싫어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하지만 아직 제3지대가 대안이 된다고 선택하지 않은 분들의 지지가 어떻게 몰리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새로운미래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선거 체제 정비와 함께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민주당의 원심력에 주목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가 개혁신당과 결별을 알리며 “도덕적 법적 문제에 짓눌리고, 1인 정당으로 추락해 정권견제도 정권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선언한 것도 민주당의 원심력 강화될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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