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교체 낮아지자…정치신인들 ‘속앓이’

2024-02-22 13:00:17 게재

“현역의원들은 경선 보장, 신인들은 뭐냐”

“단수공천 근거 밝혀야” 당사 앞 집회·1인시위

국민의힘이 현역의원들에 대한 컷오프를 거의 하지 않거나 경선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무음공천’을 자랑하고 있지만 경선도 해보지 못한 채 잘린 예비후보들은 할 말이 많다. 공천이 거의 마무리 단계로 가는 가운데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 앞은 경선도 해보지 못한 채 탈락한 예비후보들의 시위 장소가 됐다.

21일 김병규·김재경(경남 진주을), 이수원·원영섭(부산진구갑), 박진관(경남 김해을), 김경원(경북 영천시·청도군) 등 예비후보 6명은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원칙 없는 불공정한 공천심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공관위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며 “비대위가 평가 결과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지역에는 현역 의원이나 영입인재가 단수공천을 받았다. 진주을에는 강민국 의원, 부산진구갑에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해을에 조해진 의원, 영천시·청도군에 이만희 의원이 각각 단수 공천됐다. 예비후보들 입장에선 경선도 못해보고 뜻을 접게 된 셈이다.

공천 관리 심사 이의 제기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공천 관리 심사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관위 평가결과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이들 예비후보들은 “공관위가 단수공천 및 전략공천을 결정한 근거를 밝히고, 예비 후보자별 평가 점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예비후보들은 무소속 연대 결성 등 모든 가능성을 포함한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2일에도 예비후보들의 집회 또는 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기윤 의원이 단수공천된 경남 창원 성산구의 김석기 예비 후보는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1인시위를 예고했다. 김 예비후보는 전날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 공천 신청자가 있을 시 단수 추천 기준은 여론조사에서 타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10%p 이상이며 도덕성 평가(15점 만점)가 10점 이상인 경우, 여론조사에서 1위 후보 지지율이 2위 후보의 2배 이상이고 도덕성 평가가 10점 이상인 경우, 공천심사 총점(100점 만점)에서 1, 2위 점수 차가 30점을 초과한 경우, 복수 신청자 중 1인을 제외한 모두가 윤리기준에 의해 부적격으로 배제된 경우”라면서 “공관위는 이번 결정이 단수추천 기준 어디에 해당하는지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의 단수 공천으로 뜻을 접은 국민의힘의 다른 예비후보는 22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당에서는 경쟁력 조사 등을 통해 단수 공천자를 정했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나오는 결과를 보면 결국 현역 의원이나 기존 당협위원장들이 단수 공천을 받고 있다”면서 “정량적으로 평가하다 보면 결국 지역 인지도 등을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역이나 당협위원장의 승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예비후보는 “잘린 예비후보들은 신인들이 많다 보니 잘려도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처럼 시끄럽게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국민의힘 공천이) 겉으로 보기에 잡음이 없어보일지 몰라도 결국 그 나물에 그밥인 공천이데 국민들에게 무슨 감동을 주고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당 내에서도 지금의 무음공천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걱정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워낙 시끄러워서 국민의힘 공천이 무난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핵심 지역인 TK 지역이 남은 데다 현역 의원 컷오프가 거의 없다는 점이 선거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의 무음 공천을 무개혁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이기인 개혁신당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처참한 수해현장에서 ‘사진 잘 나오게 비나 더 왔으면 좋겠다’고 망언한 인물도, 이태원 참사를 두고 ‘각시탈의 음모’를 설파한 인물도 단수공천”이라면서 “당권 투쟁한다고 연판장을 돌렸던 초선 현역 상당수도 단수공천 내지 경선 참여를 보장받았다. 물갈이 대상인 TK의원 대부분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이 대변인은 이같은 공천을 ‘무개혁 공천’이라고 이름붙이면서 “김건희 여사의 특검 처리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직격하고 “명품백 우주방어를 위한 한동훈식 무음공천의 민낯이다. 민주당 공천 파동에 가려져있지만 이 공천의 후과는 곧 국민께 낱낱이 회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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