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전 전북대 4.4시위 있었다” 전북대신문 70년

2024-02-26 11:51:54 게재

10년간 ‘향토발굴시리즈’ 연재 하기도

1962년 전국 첫 순한글 가로쓰기 실험

기자회 명의 장학금 2000만원 기부도

‘민주학원 건설에 매진·4월학생혁명’이란 제목을 단 머릿기사와 사진이 선명하다. 신석정 시인은 감동과 희열에 찬 찬가를 보냈다. 특히 4.19혁명에 앞서 전국 대학 최초로 벌어진 전북대 4.4 시위를 현장발로 생생하게 전했다.

전북대 4.4시위를 보도한 전북대신문

전북대 4.4시위를 보도한 전북대신문

전북대신문 77호(1960년 5월13일)는 4.19혁명 특집기사를 통해 4.4시위를 생생하게 보도했다. 전북대 제공

1960년 5월13일 4.19혁명 특집을 담은 전북대학교보 77호 지면이다. ’전국 대학신문 최초 순 한글 가로쓰기 제작‘ ’10년에 걸친 향토발굴시리즈 연재‘ ’군부독재 보도 탄압에 맞서 백지신문 발행‘ ’최명희 문학상 제정‘. 암울한 시절 대학생들의 젊음과 열정으로 써 내려온 전북대학교의 역사이자 생생한 증언이다.

전북대신문이 창간 70주년을 맞아 지난 24일 전북대신문사·신문기자회가 기념행사를 열었다. 전북대 진수당에서 ’옹골찬 젊음, 늘푸른 정론‘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전북대신문사 사장)과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 지사,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 교육감, 우범기 전주시장, 최병선 전북대총동창회장, 김동근 전북대교수회장, 김재영 전 주간교수, 기자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양오봉 총장은 기념사를 통해 “1954년 창간된 전북대신문은 창간호부터 1560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부침 속에서도 대학언론의 원칙과 기본을 지켜놨고, 대학 역사의 기록자로서 생생한 현장을 담아왔다”며 “부단히 노력해 창간 100주년, 나아기 200주년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전북대신문사와 기자회는 지난 70년간 학보에 보도된 기사 2편을 골라 ‘산민기자상’을 시상했다. ‘1982∼1992년 10년간 연재한 향토발굴시리즈’와 ‘4.19혁명 특집 보도한 제77호 신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산민’은 전북대신문사의 고문이었던 고 한승헌 감사원장의 호다.

전북대신문은 1954년 2월16일 진리창달(眞理暢達), 정리정론(正理正論), 준민자재(俊敏自在)의 사시로 출발했다. 서울대와 경북대에 이어 전국 국립대 신문 가운데 세 번째 발간이다.

1962년 주간발행 체제를 갖춘 뒤 1996년 1000호를 거쳐 최근 1560호를 발간했다.

1960년 5월13일자 제77호 신문은 ‘4.19 혁명’을 특집을 게재하며 전북대 4.4시위를 생생하게 전했다.

1962년 1월 제101호는 전국 대학신문 역사상 최초로 가로쓰기와 순한글 신문제작을 단행했다.

전북대신문 창간 70주년
전북대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아 기자회 회원들이 기념식을 갖고 축하했다. 전북대 제공

1982년 3월부터 1992년 2월까지 10년간 연재한 ‘향토발굴시리즈’는 하나의 역작이다. 당시 일간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대기획이었다.

‘노래의 고향을 찾아서’를 시작으로 ‘산따라 맥따라’까지 7차례의 걸친 시리즈를 통해 전북의 산하를 누비며 지역의 문화와 역사 발굴에 노력했다. 전북대신문에 실린 향토발굴 시리즈는 뒷날 ‘전라기행’이라는 책으로 발행됐다.

1989년 6월엔 ‘평양축전’ 관련 기사를 문제 삼아 공안합수부가 신문 동판을 압수해가자 항의 표시로 해당 면을 백지로 펴내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전북대신문 문학상’을 확대 개편, ‘최명희 청년문학상’을 신설한다. 이는 전국 대학신문 문학상 중 최대 규모다. ‘혼불’의 작가인 고 최명희씨가 1970년 전북대신문 문학상으로 소설가 이름을 처음 알린 것이 배경이다.

전북대발전기금 기탁
전북대신문기자회는 전북대신문 창간 70년을 기념해 발전기금2000만원을 전북대에 기탁했다. 전북대 제공

전북대신문사 출신 기자들은 1974년 겨울 기자회를 결성하고 해마다 모임을 가져왔다.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 최승범 전 전북대 교수도 기자회 가족이다. 김용권 전북대신문기자회장(국민일보 기자)은 “학생기자 시절 대학신문을 통해 시대정신과 비판 정신을 배운 회원들은 그동안 사회 곳곳, 세계 각국에서 치열하고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며 “앞으로도 옹골차고 늘 푸른 정신으로 모교와 지역,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기자회는 이날 전북대에 2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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