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늘어난 인증규제 100개

2024-02-27 13:00:38 게재

한 총리 “257개 규제 재검토”

신설시 적합성 제도 정비

“어차피 수출하려면 국제 인증 ‘코스모스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국내 판매를 위해선 국내 인증을 또 받으라고요?”(화장품 제조기업 A사)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과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은) 대상 등이 같은데 왜 따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건설기업 B사)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이 인증 규제의 부담을 호소하는 기업들에게 직접 들은 현장의 목소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현장기업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마련한 ‘인증규제 정비방안’을 논의했다.

국무회의 입장하는 한덕수 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한 총리는 “정부는 현행 257개 인증제도 전체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 대대적으로 정비한다”면서 “국제 인증이나 기존 인증과 유사·중복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인증은 통폐합하겠다. 과도한 인증 비용은 줄이고 절차는 간소화해 기업 인증 부담을 크게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책 이후에도 불필요한 인증이 신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증 신설 절차를 강화하고, 공공 조달 인증 가점 제도도 함께 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기업 부담이 연간 1500억원 가량 경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총리는 또 “최근 발표된 생활 규제 및 토지이용규제 개혁 등 민생 회복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전방위적 규제혁신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기업 인증 규제 정비도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진단에 따르면 2010년 157개였던 인증제도는 2024년 현재 257개에 달한다. 1년에 7개 이상 인증이 신설되면서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한 셈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인증규제가 많은 편이다. 주요국의 법정 인증은 미국 93개, 유럽연합(EU) 40개, 중국 18개, 일본 14개 정도다.

추진단은 “기업은 인증을 취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 왔으며 소관 행정기관도 국민의 생명, 안전 등을 위한 수단으로 인증을 활용하기 보다 진흥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추진단은 그간 인증규제 개선이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효과가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결국 근본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중소기업 옴부즈만, 중소기업중앙회, 인증기관, 관련 협회·단체 및 전문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고 25개 인증 소관 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번 종합 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국제인증과 중복되거나 환경변화 반영에 미흡한 등 실효성이 낮은 24개 인증은 폐지, 유사·중복 인증은 8개로 통합, 그 외 66개 인증에 대해선 절차 간소화 및 비용 문제 등을 개선했다.

사례별로 보면 식약처의 천연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 인증의 경우 국제적으로 코스모스 인증이 통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인증제도를 폐지했다. 인증대상이나 항목, 절차 등이 유사하다고 평가된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과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은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으로 통합했다.

수도·가스 등의 계량기를 전수 검정해 왔는데 계량기별 특성을 고려해 샘플링 검정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유발할 수 있는 유사인증의 경우에는 인증제도에서 제외해 지정제도 등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해수부에서 운영하는 수산식품 명인 인증 제도는 인증이 아닌 지정제도로 전환시켰다.

다양한 인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인증기관의 진입도 허용하기로 했다. 소방용품 성능 인증의 경우 소방산업기술원의 독점 운영으로 시간·비용 부담이 높았다는 점에서 복수 인증기관을 도입하기로 했다.

추진단은 “이번 정비방안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에 대한 부처별 세부 추진상황을 반기별로 점검하고 정부 업무 평가 결과에 반영하는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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