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명-문' 갈등 정점…심리적 분당

2024-02-28 13:00:23 게재

비명 공천 배제, 친문계 “명문 아닌 멸문정당”

임, 28일 기자회견 … 홍영표 “10명 나갈 수도”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친문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공천배제 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 반대해 이낙연 김종민 등 반명계가 탈당한 후 친문계와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공천갈등이 ‘심리적 분당 상태’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문계인 홍영표 의원은 28일 “명문정당이 아니라 ‘멸문’이 되고 있다”면서 “현역의원 5~10명이 나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공천배제에 대해 “지도부의 재론을 요청한다”면서 이날 저녁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선거운동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수정 노력을 펼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임 전 실장이 당 잔류를 선언하면서 당장의 극단적 충돌은 피했지만 임계점에 다다른 갈등관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 전 실장 공천배제와 관련해 민주당공관위와 친명계는 ‘전 정권책임론’ ‘86운동권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반면 친문계에선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문재인정부로 돌리고 총선 공천에서 친명·비명계 인사를 배제해 이재명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며 반발했다.

친문계인 홍영표 의원은 28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정권 심판에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정권’과 친문·비명 등 반대파 심판에 골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절차 없이 공천을 진행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면서 “불공정 공천이 이어지면 탈당하는 의원이 5~10명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 반명계인 설 훈 의원은 이날 탈당을 선언했다.

친문계 의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면서 내부갈등의 골을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이번주까지 쟁점지역 공천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공천논란을 수습해 3월부터 ‘정권심판 대오’를 가동하겠다는 구상이다. ‘친문·비명계 배제’라는 반발이 거세지만 ‘시스템 공천’을 강조한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대표와 친명계 핵심인사의 희생으로 ‘심리적 분당 상태’로 비견될 만큼 번진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을 긋고 있다.

고민정 의원은 지난 27일 최고위원 사퇴하며 “불신을 종식하지 않고서는 총선에서 단일대오를 이뤄서 승리를 끌어나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27일 의원총회에서 공천 논란에 대한 당의 수습노력이 ‘거칠고 투박하다’면서 “당 자체 조사에서도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내분 상황이 지지층의 투표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경고도 나왔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지지층은 당 내분이 있을 때 투표장에서 이탈했다“면서 ”정권심판론만 기대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