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국 유학생 K-도서관 체험

증강·가상현실로 도서관의 미래를 보다

2024-02-29 13:00:02 게재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한국 도서관에서 보는 세계 도서관의 미래’

30개국 유학생, 첨단기술 체험하고 한국 및 세계 도서관의 역할 토론

30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26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열린 ‘한국 도서관에서 보는 세계 도서관의 미래’ 행사에 참여해 한국의 도서관 문화를 경험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독서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독서 활동과 결합된 다양한 첨단기술들을 체험하고 세계의 도서관 문화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의 어린이들처럼 어릴 때부터 도서관을 방문하면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겁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로 새로운 것을 배우면 독서와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르가리타, 우크라이나 유학생)

‘VR로 떠나는 토론 캠프’를 체험하는 외국인 대학생들. 사진 이의종

26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세계 각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외국인 대학생 30명을 대상으로 ‘한국 도서관에서 보는 세계 도서관의 미래’ 행사를 열었다. 학생들은 ‘한국의 도서관 정책’과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현재와 미래’ 강의를 들은 후 ‘도서관 속 ICT 기술 체험’ 활동에 참여했다.

다음으로 학생들은 강연 내용과 미리 준비한 사전과제를 바탕으로 조별 토론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참여에 앞서 학생들은 사전과제를 통해 자국에서 자주 이용하던 도서관과 특색이 있는 도서관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을 거쳤다. 토론 시간에는 강연 내용과 함께 사전과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학생들은 이날 행사 참여를 바탕으로 도서관에 관한 다양한 세부주제를 선정해 자국의 언론사에 기고한다. 기고를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한국 및 세계의 도서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언론사 기고를 통해 자국의 시민들이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선사할 전망이다.

◆"도서관의 즐거운 경험이 독서로" = 이날 오전에는 임원선 전 국립중앙도서관장이 ‘한국의 도서관 정책’을, 박주옥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이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45년 5개관이었던 공공도서관은 2022년 기준 1236개관으로 성장했다. 199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도서관 정책을 수립해 각 지역의 도서관 정책 수립을 지원했다. 이후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현 국가도서관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도서관 정책의 기틀을 다졌다. 한국의 도서관은 ‘도서관을 품은 아파트’를 줄인 ‘도품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성장했다.

박 관장은 어린이청소년도서관 서비스를 중심으로 독서와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 밝혔다. 2003년에 3개관이었던 어린이도서관은 2022년 말 107개관으로 성장했다. 어린이자료실을 설치한 공공도서관은 2022년 말 기준 1086개관에 이른다.

다만,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IT 기술이 발전하고 비대면 소통이 늘어나면서 어린이들이 과도하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독서를 멀리 하는 상황이다. 이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독서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AR VR 등 실감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독서활동을 운영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다문화가정 및 자녀들과 소년 보호기관 수용자 및 자녀 등 지식정보취약계층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해왔다.

박 관장은 “독서가 유익한 것은 누구나 잘 알지만 어린이들이 이미 디지털기기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좋아하고 즐기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도서관에서의 즐거운 경험이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독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 문제 심각성, VR로 체험 = 이날 오후 학생들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도서관 속 ICT 기술 체험’을 즐겼다. 이날 학생들이 참여한 체험활동 중 하나는 ‘VR로 떠나는 토론 캠프’였다. 학생들은 실제로 헤드셋과 콘트롤러를 착용하고 환경문제를 주제로 한 ‘환경피해의료역학조사관 미션: 앨버트로스 죽음 원인조사’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앨버트로스의 죽음에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어 학생들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꿈소’(미래꿈희망창작소)를 방문해 ‘도서관형 메이킹 프로그램’을 즐겼다. 학생들이 종이에 그림을 그려 제출하면 강사들이 천으로 된 가방에 해당 그림을 고온으로 찍어 바로 전달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그림이 그려진 가방을 받고 사진을 찍으며 신기해했다.

바로 옆에는 ‘첨단기술 체험관’이 마련돼 있었다. 드론과 자율주행을 체험하는 곳이었다. 학생들은 강사의 안내에 따라 자율주행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로봇들도 학생들의 인기를 끌었다. 학생들은 BTS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는 로봇들과 인공지능(AI) 감성 로봇 ‘리쿠’를 체험했다. 학생들은 로봇 리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밥 먹었니?” 등 실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은 △체험형 동화구연(VR 기술과 동화구연을 접목한 콘텐츠 체험) △AR 책카드(모바일 앱을 통해 AR을 접목한 실감형 체험 학습 및 창의 활동) 등 실감콘텐츠와 AR을 활용한 독서 활동을 즐겼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학생들은 조별로 나눠 도서관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를 펼치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과 체험, 사전과제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에서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인도네시아 유학생 카이씨는 “도서관은 공부하거나 책을 빌리는 곳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도서관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면서 “그림을 그리고 그린 그림으로 물건을 만들면서 이런 경험을 통해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고 느꼈고 VR 체험을 하면서 어떤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는지 등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고 말했다.

중국 유학생 천이리(陈易立)씨는 “토론에서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와 함께 오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학생들은 프로그램에 매우 만족했다”면서 “다만, 도서관 시설이 많이 변화하고 좋아졌지만 일반 시민들은 여전히 ‘도서관은 공부하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생각이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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