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못믿겠다” 불만에 ‘비계 선택권’ 검토
비계 선호도 달라 등급 나누기 어렵고
가공장·정육점에서 불규칙하게 포함
함량 등 품질정보 표시해 선택권 넓혀야
비계 삼겹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선물로 비계덩어리를 받았다는 불만섞인 푸념부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삼겹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삼겹살 포장에 비계 부위 함량을 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비계삼겹살 논란은 1차 가공과 2차 소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일률적인 비계 함량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이 많은 부위를 제거하는 ‘정선’ 작업 중 비계 부위를 제거해야 하는데 정선 작업이 가공장이나 정육점 등에서 각자 다른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돼지고기는 소고기처럼 도축부터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까지 일률적으로 등급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분할업체인 가공장이나 정육점에서 등급판정을 해야 하는데 전국에 5만개가 넘는 곳에서 동일한 기능을 가진 등급판정 기준을 적용할 경우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대형마트에서 소포장 판매를 할 때 기준을 권고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육가공협회 등과 협의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소포장 삼겹살의 경우 껍데기쪽에 붙은 지방 두께를 1㎝ 이하, 오겹살의 경우 1.5㎝ 이하까지 제거할 것을 기준안을 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마트 3사는 소포장 삼겹살을 판매할 때 지방 두께를 검수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비계 삼겹살 논란 잠재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장이나 온라인쇼핑몰, 동네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삼겹살의 경우 여전히 정선과정에서 비계가 불규칙하게 포함돼 구입하는 시점이나 지역별로 비계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는 한계가 나타났다.
특히 돼지 도체 한마리당 대분할 정형으로 나눴을 때 삼겹살은 6~7㎏ 나오는데 정부의 권고 기준안에 따라 지방 두께를 1㎝ 이하로 제거할 경우 2㎏ 정도 더 잘라내야 한다. 이 때문에 삼겹살 소비자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이 1㎝가 넘을 경우 불량 삼겹살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삼겹살 비계 부위에 대한 소비자별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함량만으로 등급을 매기기 어렵다. 농협 축산경제 관계자는 “한우의 경우 비계의 일종인 마블링이 많이 포함될 수록 좋은 등급을 받는다”며 “삼겹살 비계가 많을수록 나쁜 고기라고 등급을 매길 수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삼겹살이 수난을 겪는 것은 유독 국내에서만 삼겹살 부위 선호가 강하기 때문이다. 해외 축산 선진국에서도 삼겹살을 구이용으로 먹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가공용 등으로 쓰다 보니 등급 판정이 어려운 점도 있다.
이에 따라 삼겹살 포장에 비계 함량을 표시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농협 하나로마트 2개 지점(논산점, 계룡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삼겹살 부위별 지방특성 정보를 제공해봤다. 지방특성 정보가 표기된 삼겹살 구입자 661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응답자 중 89.4%(591명)가 해당 정보가 삼겹살 구입 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또 지방함량 정보를 얻기 위해 삼겹살 100g 당 50~300원 정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삼겹살 부위별 지방특성에 민감하고 선호도에 따라 세분화한 삼겹살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결과 삼겹살 부위별 선호도는 지방비율이 다소 적은 허리삼겹(40.4%)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삼겹살 지방특성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가슴삼겹살 △배삼겹살 △허리삼겹살과 같이 삼겹살에 붙은 척추뼈 위치의 구간에 따라 분류해 명칭을 표시했다. 생산부위와 지방함량에 따라 적절하게 혼합해 판매하는 혼합삼겹살에 대한 정보도 추가 제공했다.
박병홍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삼겹살 구매시 비계 함량 등 다양한 품질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