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재판, ‘위법 증거’ 쟁점 부상

2024-03-05 13:00:17 게재

법원 “압수물과 증거목록 대비, 뭔지 모르겠다”

검찰 “범죄사실 관련있어 적법하게 압수했다”

송측 “불구속 재판으로 정치활동 보장해 달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정식재판에서 ‘검찰 증거의 위법성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오는 13일 당초 예정된 증인신문을 취소하고 검찰 증거의 위법성 여부만을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의 송 전 대표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의) 압수물 목록과 증거목록을 대비했을 때 뭐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어느 영장에 의해 압수된 것인지 정리하지 않으면 재판이 한치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위법수집증거는 이날 송영길 변호인단이 문제를 제기하며 불거졌다. 적법한 증거수집이라도 서로 다른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려면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발부 받아야 한다. 새롭게 압수수색영장을 받지 않고 기존 것을 사용하면 위법한데, 검찰이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에 대해 위법한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돈봉투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갑자기 먹사연을 수사했다”며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데도 수사기관이 돈봉투 사건으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으로 먹사연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른바 ‘별건 수사’를 한 것으로, 증거 능력이 없는 위법수집증거(위수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먹사연 관련 증거가 돈봉투 사건과 관련했기에 압수했다”면서 “범죄사실 배경사실 양형자료 이런 여러 가지와 관련 있어 적법하게 압수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증거 입증은 원칙적으로 검사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검찰은 (위수증이) 영장주의 예외에 해당하는 사안인지 구체화해서 의견을 제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보통 위수증의 경우 일단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형태로 증거목록을 만들고 변론한 다음 판결문에서 위수증 여부를 판단하고 증거에서 제외한다”면서 “위수증의 결론이 날 때까지 재판을 중단하고 위수증 여부만을 따질 수는 없는 만큼 다음 기일인 13일에는 증인신문을 취소하고, 위수증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송 전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불구속 재판을 통해 정치활동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송 전 대표는 “두 달반 구속돼 있으면서 매일 밤 108배를 하고 재판부를 생각하며 오늘 안타까움을 호소할 시간을 기다려왔다”면서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정치적인 책임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법률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고 모르는 사건”이라고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이어 “조 국도 2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법정구속이 되지 않아 창당 등 정치활동을 하고 있고,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도 1심에서 실형을 받고도 구속되지 않았다”며 “저를 방어할 수 있도록 불구속 재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정치인으로서 나름대로 나라를 위해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며 “총선이 다가오며 내일모레 창당을 하게 되는데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송 전 대표측이 지난달 27일 신청한 보석 심문 기일을 오는 6일로 정하고 보석 여부를 심리하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6일 ‘소나무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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