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일부터 의협지도부 본격 조사

2024-03-05 13:00:27 게재

주수호 위원장 출석 예정

전공의로 확대 가능성

경찰이 내일부터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다. 경찰은 이들이 ‘전공의 집단 사직’을 도운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 등 기초 수사를 벌여왔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다”며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 등이 없어 고발된 간부를 우선 수사한다”고 말했다. 우 본부장은 의협 간부들이 경찰 조사에 응하는 시간을 말하지 않았지만 의협쪽에서는 6~7일 조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수사 대상은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이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이다. 경찰은 그동안 압수수색한 자료 분석결과를 토대로 이들이 전공의 집단 사직 과정에 불법적으로 관여했는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지도부도 사전에 로펌 등을 선임해 경찰 수사 등에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중에서는 대표격인 박 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시민단체 고발로 입건된 상태다. 다만 경찰은 관계 당국의 고발 사건을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구체적으로 피해를 본 병원이나, 이를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 등 고발이 있어야 수사착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우 본부장은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에서 고발장을 접수한다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수사대상에 박 위원장을 비롯한 전공의들은 포함돼 있지 않지만 넓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야기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일과 3일 의협 사무실 등에 대해 법원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해외에 체류하다 귀국한 노환규 전 회장에 대해서는 공항에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앞서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의협 간부 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지난 3일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노 전 회장에 대해서도 출국금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맡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전 구체적 사직 지침 등이 포함된 ‘사직하기 전 전산망에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는 글을 남긴 게시자를 추적하고 있다. 단순 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지만 환자 진료기록이 삭제되면 의료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의료인의 도덕성 문제가 일면서 의료계 단체 행동과 관련한 여론에 악영향을 끼친 사건이다. 경찰은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의 사무실과 서버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후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자의 이메일이 확인됐다. 우 본부장은 “해당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실제 사용자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의사 총궐기 집회에 의사들이 제약사 영업직원과 병원직원들에게 참석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우 본부장은 “구체적인 불법 행위가 확인된다면 즉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면서도 “현재까지 실제 동원이 이뤄졌는지 확인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의사들이 병원 직원이나 제약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원하지 않는 일을 하도록 했을 때는 강요죄 등이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 의사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등의 이유를 댈 경우 이를 의율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의사들 사이에서는 경찰의 ‘엄포’라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의협도 “조직적 차원이 아니다”라면서 “개인적 일탈일 경우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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