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두 자릿수 탈당, 공천파동 확산

2024-03-06 13:00:03 게재

홍영표 “민주당에서 쫓겨나 … 이재명 사당화 반대세력 모을 것”

설훈 의원 등 ‘민주연합’ 결속 … 국민의힘 옷 입은 4인방 전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수 160명대가 무너졌다. 벌써 9명이 탈당을 완료했고 홍영표 의원 등도 탈당을 선언했다.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탈당 의원수가 두 자릿수를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이들이 민주당 의원과 총선에서 맞붙거나 언론매체를 통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면서 총선과정에서 민주당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6일 민주당 홍영표 의원(사진)은 탈당기자회견에 앞서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을 떠나기로 했다”며 “전체주의 국가나 독재정권에서의 정당들이 1인에 의해서 지배되고 어떠한 비판이나 반대 이런 것들이 용납되지 않고 최근에 한 2년 동안 이런 민주정당의 기본 가치와 원칙들이 무너졌다”고 했다. 홍 의원은 “마지막으로 정치를 계속해 온 제 지역구 부평에서 우리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아볼 생각”이라며 “민주당에서 쫓겨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설훈 의원과의 ‘민주연대’ 구성과 관련해서는 “우선은 저와 비슷하게 당에서 쫓겨난 분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걸 토대로 해서 가능하면 좀 더 넓게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민주당의 사당화에 반대하는 분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총선에 임해 보려고 한다”고 했다. 더불어 “과거에 보면 야권 연대라든지 힘을 다 하나로 모으는 노력을 통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총선에서 승리를 가져왔는데 이번에는 정말 많이 분열돼 있는 것 같다”며 “이재명 대표의 책임”이라고 했다.

홍 의원의 탈당으로 탈당 의원수가 10명으로 두 자릿수로 불어났다. 이 대표를 반대하는 반명계로 분류된 이상민 의원이 가장 먼저 탈당 선언을 했고 역시 대표적인 반명인사인 이원욱 의원, 김종민 의원, 조응천 의원이 손을 잡고 제 3지대로 나갔다. 김영주·이수진·박영순·설훈·이상헌 의원은 컷오프에 반발해 탈당을 단행했다.

이들은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아군에서 적군으로 바뀐 이 의원, 김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인기 패널로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갈 전망이다. 전날 SBS라디오에 나온 이 의원은 “바람도 불지 않는데 풀잎처럼 누워버리는 순종적인 자세를 틈타 이재명과 그 주변 공범들이 더 날뛴 것 아니냐”며 “결국 수수방관한 것도 공범이라고 본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 의원 역시 국민의힘으로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에 나와 친이재명계인 채현일 전 구청장과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국회의원출신은 아니지만 ‘계곡정비’ 논쟁으로 이재명 대표와 대결을 펼쳤던 조광한 전 남양주 시장, 조정식 사무총장의 맞수이지만 컷오프된 김윤식 전 시흥시장 등도 탈당 후 국민의힘 편에 섰다.

당내에서 오랫동안 ‘이재명의 민주당’을 비판해온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과 함께 공천과정에서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주장하는 이수진·설훈·이상헌 의원도 대민주당 전투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설훈, 이상헌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와의 결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동민·안민석·변재일 의원 등 컷오프(공천배제)된 의원뿐만 아니라 ‘비명’이라는 이유로 의원직 평가 하위 20%에 들어갔다고 평가받는 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하게 되면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이들 중 일부의 탈당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영입인재 1호인 박지혜 변호사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씨를 경기 의정부갑 지역구에서 경선에 부친 것을 두고 크게 반발하고 있는 오영환 의원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 의원은 본인이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통해 의정부갑 지역구가 전략지역구로 지정됐는데 이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아놓은 문 전 의장이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려고 한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오 의원은 “전략공천위원회의 원칙 없는 의정부시갑 지역구 경선결정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즉각 경선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지역 당원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저는 민주당에 대한 마지막 기대가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모 의원은 “공천심사 과정이 너무 투박하고 아마추어적”이라며 “의원들이 탈당하지 않도록 공천관리를 세련되게 했어야 하는데 이재명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이런 점에서 매우 약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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