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거부할 비밀유지권 시급”

2024-03-07 13:00:26 게재

변협, 22대 국회에 제안할 정책 공개

“지금 같은 분위기로 수사기관이 변호사 사무실부터 뒤진다면,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끄나풀 노릇하는 수사자료 정보원이 됩니다. 이걸 어떤 국민이 원할지 의문입니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6일 서울 서초구 변협회관에서 국민정책제안단 기자간담회를 열고 ‘변호사 비밀유지권(ACP)’ 도입의 시급성을 이렇게 밝혔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이 6일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관에서 열린 ‘국민정책제안단 기자간담회’에서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의 시급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김 회장은 “ACP는 변호사제도의 본질이자 인권 보호에 관한 것”이라며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한국만 ACP를 도입하지 않았다. 상당히 낙후된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짜놓은 잘못된 구도에 빠지고 유도신문으로 범죄를 기도하지 않은 부분까지 대답하는 때가 있는데, 이럴 때 변호사의 도움이 없다면 진실과도 멀어진다”며 “잘못된 수사 관행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시점에서 ACP는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사건수사 선임자가 후임자에게 수사기법 노하우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을 전수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윤근 변협 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도 이날 “의뢰인은 가장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변호사에게 모든 사정을 털어 놓는다. 믿고 의지해 털어 놨는데 압수수색으로 다 털리는 것,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와닿지 않을 것”이라면서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비밀유지의무를 지키려 노력하지만 막상 압수수색이 들어왔을 때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ACP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에 주고받은 의사소통에 관한 사실이나 자료가 법정에 제출 또는 공개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다. ACP의 침해기관은 검찰 경찰 외에도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다른 행정기관이 진행하는 행정조사와 행정기관 특별사법경찰이 조사하는 수사사건에서도 광범위하게 법률적 주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

ACP가 도입되면 현행법상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의뢰인의 비밀에 대한 증언·압수거부권의 실효성 제고로 국민의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실질적 보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ACP는 제21대 국회에서 △변호사법 개정안(조응천 황운하 최강욱 정우택 김병기 대표발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최강욱 조응천 대표발의) △행정조사기본법 개정안(조응천 대표발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조응천 대표발의) 등이 의원안으로 발의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변협 국민정책제안단은 지난달 1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대비해 출범한 조직으로, 성낙인 전 서울대학교 총장,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김철수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이 공동단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민정책제안단은 이날 제22대 국회에 제안할 정책으로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개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실질화 △법조 인력 양성 제도 개혁 △미래지향적 법제도 구축 등을 발표했다.

변협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 제안을 공모 중이다. 우 단장은 “22대 국회의원 총선 전 정책 제안서를 각 정당에 전달하고, 이후 각 국회 상임위원회와 당 정책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설명해 실질적으로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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