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강성지지층 주도…본선 경쟁력 떨어뜨리나

2024-03-08 13:00:39 게재

국민경선제, 팬덤정치에 결과 휘둘릴 가능성 내포

‘친명’ 도전자, 현역과 경선에서 우위 점할 수 있어

지도부 “다수 당원들의 뜻 … 다른 행보 의원 고배”

“본선 경쟁력 별개로 적극지지층 입김 강하게 작용”

사흘간의 경선투표 전날인 지난 3일, 박광온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가짜뉴스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한 유튜버가 유튜브방송을 통해 경선 직전인 2일 박 전 원내대표를 향해 ‘단식으로 서울 녹색병원에 입원한 이재명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들의 발언이 SNS로 흘러 다니며 강성 지지층이 주로 참여하는 당원 투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유튜버들을 고소하는 등 강경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경선결과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의원이 선출직 하위 20%에 속했다는 것과 함께 친명으로 분류되는 한신대 부교수인 김준혁 당 전략기획부위원장에게 패한 것까지 ‘이변’으로 읽혔다.

이재명 대표,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간담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이천 SK하이닉스에서 김동섭 사장과 반도체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서 현역인 재선 강병원 의원을 ‘친명’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이 이긴 것과 함께 ‘비명횡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과 관련해 ‘친명 횡재’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 50%+당원 50%’의 경선방식이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8일 4.10 총선에 출마하는 민주당 모 후보는 “국민 50%도 주로 민주당 지지층들에게 물어보고 당원 50%의 경우엔 고관여층의 답변이 많은 만큼 전반적으로 고관여층 등 강성 지지층의 경선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경선 ARS(자동응답투표)는 이틀에 걸쳐 권리당원과 국민의힘 이외의 지지층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권리당원에게는 이틀간 5번까지 연락이 가고 시민에게는 한번만 간다. 권리당원은 경선 기간 이틀이 지난 다음날에 직접 전화해 참여할 수도 있다.

권리당원들이 ‘친명 인사’에 대해 충분한 알 수 있는 통로도 확대됐다. 당원들에게는 300자 분량의 문자가 5차례 발송된다. 140자 2회에서 배 이상 늘었다. 그 안에는 자신이 ‘친명’이라는 것을 마음껏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특별히 법적 문제가 없으면 어떤 내용이든 모두 후보의 임의대로 작성된 글을 발송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유튜브 주소를 담아 보낼 수도 있다.

또 경선 조사때 2가지 직책을 담을 수 있는데 이때도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직책들을 포함할 수 있게 했다. 현역과의 경선에서도 친명계 도전자에게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친명’후보라는 점을 호소할 수 있는 다중 장치가 마련된 만큼 이재명 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권리당원의 입김이 강화되면서 친명계의 승리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지난 1월 초 전망에서 “주요 친명 유튜브 구독자가 140만명에 달하고 평균 조회수가 100만회를 기록하고 있는데 열렬지지층을 100만명으로 보면 한 지역구에 4000명꼴로 있는 셈”이라며 “게다가 2022년 8.28 전당대회 투표율이 37.1%였는데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아 개딸(개혁의 딸, 강성 지지층)의 위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경선판에서 비명 반명으로 낙인찍힌 현역의원들의 생환율은 매우 희박할 것”이라며 “거대야당인 민주당 경선판이 유튜버의 손바닥 안에 놓은 형국”이라고 예고했다.

당 전략공천관리위원인 김성환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6일 밤에 발표된 현역 7명 패배와 관련해 “당의 주인이 누군가를 확인하는 경선 결과 아닌가 싶다”며 “다수의 당원들의 뜻이 있는 것이고 평소에 그와 다른 행보를 하셨던 의원님들이 당원들이 결정하는 경선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비명, 반명 의원들이 당원들의 심판을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성 지지층의 경선주도로 공천장을 받은 ‘친명’ 도전자들의 본선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같이 나온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홍영표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강성 지지자들을 동원한 선동 정치, 이게 지금 민주당을 아주 점령하고 있다”며 “강성 지지층, 소위 개딸이라는 팬덤 정치만 가지고 이번 총선에 임하겠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계속 좁아지고 작아지고 있다”고 했다.

비명계인 송갑석 의원은 BBS라디오‘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친명 구도 강화’와 관련해 “당 내부의 결집과 단합을 약화시키고 친명 일색의 분들로 후보가 정해지고 있다라고 하는 어떤 흐름은 중도층 표심에도 그렇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에 대한 개념과 연관돼 있는데 당원중심 정당에서 요즘에는 대중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고관여층 당원들의 목소리가 강력하게 반영되는 게 적절하냐, 본선 경쟁력이 있느냐는 등의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당원 또는 대중,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경선 비율이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본선경쟁력과 별개로 적극 지지층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