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3주째, 시민 “무엇보다 환자생명 우선”

2024-03-08 13:00:44 게재

의대 교수 “정부 전공의 압박 통하지 않을 것”

“교수도 MZ 의대생 통제할 수 없는 분위기”

의대 정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3주째 접어들면서 환자들의 불편은 물론 병원에 남은 의료진의 피로도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7천여명에 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5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길어지면서 시민들 반응은 곱지 않다. 7일 오후 서울 은평성모병원.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해 의사 수는 부족했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병원을 메우고 있었다. 아픈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치료나 수술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했다.

이날 눈 치료를 하기 위한 지방에 올라왔다는 50대 여성은 “의사 늘린다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이탈하고)그러면 안 된다”며 지방에서 오가는데 치료 일정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했다. 진료 대기를 하고 있던 60대 여성은 “의사들이 저러는 게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환자의 생명이 우선이니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를 태우고 온 택시기사는 “젊은 의사들이 자기들 미래와 관련된 거라 반대할 수 있죠. 그런데 손님들이 욕 많이 해요. 반대하더라도 진료는 해야죠”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대형병원 관계자는 “남은 의료진이 밤새 당직을 선 뒤 외래 환자를 보는 상황이라 피로가 쌓이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지역 대학병원 간호사는 “전담 간호사나 진료보조 간호사는 아침 출근해서 10시간 이상 일하고 휴무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의 간부급 교수는 “짧으면 한 달, 길어야 두 달이면 상급병원들이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자인 전공의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가 진행되면 교수들의 집단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 생각과 달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의협 등 선배 의사들과 관계없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면허정지 등의 정부 압박이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생들 반발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휴학 허가를 막고 유급으로 인한 등록금 손해 등이 부각되면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란 정부 생각은 기성 세대적 관점”이라고 말했다. 한 의과대학 행정직 직원은 “교수들도 학생을 통제할 수 없는 분위기”이라면서 “MZ세대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다수도 최근 의료계의 집단 반발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84%가 의대 증원에 동의했고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11%뿐이었다. 의대 정원 논란이 국민건강과 필수의료를 담보로 한 강대강 대치로 치달으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김기수 김규철 장세풍 박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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