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어 교수 집단행동 확산

2024-03-08 13:00:40 게재

사직서·삭발식 이어 집단성명 … 의대 교수협 ‘정부 고등교육법 위반’ 소송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인다. 사직서 제출과 삭발식에 이어 집단성명을 발표하는 대학과 병원이 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제자인 전공의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에 나설 경우 교수들의 반발이 걷잡을수 없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서울아산·울산대·강릉아산병원 등 3개 수련병원 교수 254명이 참석하는 긴급총회를 원격으로 열고 ‘정부의 전공의 행정·사법조치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다’는데 합의했다.

울산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전공의 행정·사법조치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데 합의했다. 사진은 이날 원격 긴급총회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비대위는 “울산의대 전 교원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각 병원 비대위에 자발적으로 제출하되 접수 방안과 일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 진료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응급·중환자실 등 고난도 입원환자 진료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순차적인 진료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북대 의대와 충북대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독단적으로 현재 정원인 49명보다 5배 이상 많은 250명이라는 비현실적인 의대정원 증원 계획을 제시한 충북대 고창섭 총장에게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학생과 전공의들에게 사법절차가 진행된다면 우리는 망설임 없이 우리의 투쟁을 시작하고, 끝까지 함께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원광대 의대 교수 전원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과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정당한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경상국립대 의대는 전날 보직 교수 전원과 교수 2명이 각각 보직 사직원과 사직서를 제출했다. 영남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수련의, 전공의, 의대생의 피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북대 의대 교수들도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5일에는 강원대 의대 교수진 10여명이 의대 정원 신청에 반대하는 삭발식을 감행했다.

이 외에 충북대병원 교수 등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의대 학장들의 사퇴도 잇따르고 있다.

각 대학들에 따르면 원광대, 경상대, 가톨릭대에 이어 경북대 의대 학장도 대학 본부의 의대 증원 신청에 반발해 사직 의사를 밝혔다. 학장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학 본부가 대규모 의대 증원을 신청한 데 따른 반발이다.

한편 의대 증원 문제는 법적 다툼으로도 비화됐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를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에 ‘정부 정책이 현행 고등교육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다고 7일 밝혔다.

협의회는 서면에서 “정부의 증원 처분은 교등교육법령이 정한 대입 시행계획 변경 기한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고등교육법 강행규정을 위반했으므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당연무효”라고 주장했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5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입학 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공표하도록 규정한다. 공표한 시행계획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변경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2025학년도 대입 모집정원이 2023년 4월 발표됐고, 정부의 의대 증원은 대통령령에서 규정한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이라는 것이 협의회 주장이다.

협의회는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대통령령이 정한 6개 변경 사유 중 ‘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대 증원에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해당 규정은 2017년 경북 포항의 지진 발생으로 수능이 밀리면서 입시 일정을 조정해야 돼 추가된 것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천재지변과 유사한 상황으로 인한 대입 시행계획 변경에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정이 있는 이유는 그만큼 대입전형의 변경이 수험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권력자의 자의에 의한 행정으로 발생하는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 침해, 헌법 파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지난 5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오는 14일 오후로 지정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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