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동네 성수동 ‘붉은 빛'으로 물든다

2024-03-11 13:00:16 게재

성동구 '붉은 벽돌' 사업 확대키로

뚝섬역 남쪽까지, 상승효과 기대

“저쪽은 오래되고 온화한 느낌이 나고 그 옆은 한층 정돈돼 보이네요. 여기는 붉은빛이 더 강한데 이쪽이 좋은 것 같아요. 옛날 벽돌 그대로는 너무 낡아 보이고….”

성수동 주민 정유진씨와 박춘성 대표가 붉은벽돌 건축물을 살피며 증축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골목.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벽돌건축물 사이에서 정유진(50)씨와 박춘성 아르스건축사사무소 대표가 각 건물 장단점을 비교하고 있다. 인근 2층 주택을 3층 상가로 대수선 중인 정씨가 희망하는 건물 외형을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해 찾았다. 송파구에서 거주하다 8년 전 성수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는 정씨는 “아틀리에 거리에서 붉은벽돌 건축물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며 “당초 이쪽은 지원 대상이 아니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확대됐다고 해서 바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11일 성동구에 따르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다양한 점포가 몰린 성수동 전역이 붉은빛으로 물들 예정이다. 옛 준공업지역 건물 외벽이 붉은벽돌이었던 점에 착안해 그 느낌을 살리는 건축물에 대해 공공 지원을 시작했는데 주민은 물론 방문객들까지 반응이 좋아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성동구는 지난 2017년 ‘붉은벽돌건축물 보전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지난 2021년까지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다. 서울숲길 일대를 대상지역으로 정하고 신축 증축 대수선까지 외벽 50% 이상을 붉은벽돌로 조성하는 경우 지원금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서울시에서 지원한 10억원을 알뜰하게 활용해 30개 건물을 바꿨는데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구 관계자는 “사업구역을 확대해달라는 문의가 빈번해 뚝섬역 남쪽까지 확대하기로 했다”며 “붉은벽돌 군집이 하나의 거점공간을 형성하는 상승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기대했다.

2026년까지 자체 예산 5억원을 투입해 후속사업을 하기로 했는데 벌써 증축 5건이 진행됐고 각 건축주는 전체 공사비 절반 이내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받게 됐다. 소식을 접한 정유진씨도 서둘러 증축에 나섰다. 그는 “붉은벽돌 건물은 따뜻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면서 젊은층이 선호하는 이색적인 매력이 있다”며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성수동 분위기와도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성수동은 붉은벽돌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될 수 있도록 지원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춘성 대표는 “주민들 문의가 정말 많았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였다”며 “설계·감리비 정도는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주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붉은벽돌 건축물 지원으로 인한 효과는 현장을 가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다. 준공과 함께 건물 전면에 ‘붉은벽돌 건축물’임을 알리는 정보무늬를 부착하는데 이를 통해 구 누리집과 연계한다. ‘분야별정보’ 내 ‘도시경제’에서 ‘붉은벽돌 건축물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된다. 건축물 분포도는 물론 각 건물 설계의도와 도면, 외관과 인근 거리 사진까지 제공한다.

성동구는 건축물 지원과 함께 건물주와 세입자, 인근 주민까지 상생하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지속가능발전구역을 확대 지정했고 올해는 구역별 맞춤 관리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상인들을 위한 안심상가를 70곳 이상 확보했고 올해부터는 상가임대차상담소를 확대해 목요일마다 운영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공적으로 정착한 붉은벽돌 건축물 조성사업을 성수동 일대로 확장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지역 정체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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