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물가 6개월 만에 상승
시장 전망보다 높은 0.7% 기록
오름세 이어가기는 어려울 듯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0.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률이지만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동력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블룸버그는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 반등이 지난해 기저 효과와 여행 및 소비 회복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내수 부진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 흐름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23년에는 1월에 춘제 연휴가 있었지만 올해는 2월에 춘제 연휴가 있어 비교 기준이 낮아 상대적으로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었다. 여기에 올해 춘제 연휴는 8일로, 작년보다 하루 더 길었다.
관광 물가 상승도 2월 CPI를 끌어올리는 데 역할을 했다. 핑안증권은 관광 물가가 23% 급등하면서 CPI가 0.9%p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춘제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코로나 봉쇄나 대량 감염 영향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녔다. 하지만 연휴 이후 항공권과 호텔 가격이 하락하면서 3월에는 여행 활동으로 인한 증가율이 약 0.4%p로 완화될 것으로 핑안증권은 전망했다.
명절 대규모 가족 모임으로 인해 돼지고기부터 채소까지 다양한 품목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식품가격 하락 폭이 줄어든 것도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1월 일부 지역의 악천후도 식료품 가격을 상승시켰다. 춘제 이후 돼지고기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공급은 충분하고 수요는 상대적으로 약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2월 임대료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했고, 자동차 가격은 2월에도 계속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17개월 연속 하락해 2016년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진으로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이로 인해 자동차부터 패스트푸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가격 전쟁이 벌어졌고, 일자리 감소와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가계 소득이 개선되고 부동산 침체가 반전되지 않는 한 디플레이션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10일 메모에서 “많은 개선이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면서 “물가 모멘텀을 촉진하고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수”라고 밝혔다.
지난해에 비해 소폭 늘린 재정 부양책을 발표한 중국 정부는 올해 유동성 공급과 수요 촉진을 위해 기준 금리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더 완만하게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소비재 보상 판매 및 장비 업그레이드 프로그램도 제시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조치가 ‘약 5%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3월에 인플레이션이 약화돼 제로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타이증권은 CPI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는 상반기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다가 하반기에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라증권은 인플레이션이 0.4%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2024년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상승률은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공식 목표치인 3%와는 거리가 먼 수치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인프라 및 산업 프로젝트 등 투자에 의한 성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과잉 생산이 지속되고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즈춘 황은 “중국의 낮은 인플레이션은 높은 투자율을 바탕으로 구축된 성장 모델의 증상”이라면서 “투자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요원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