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방과후전담사 절반 “휴게시간 제대로 못 쉰다”

2024-03-13 13:00:03 게재

학교비정규직노조 설문조사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 절반은 점심시간 등 휴게시간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지난달 8~14일 국공립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 767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 실태와 유보통합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응답자의 96.6%는 상시근로자이고 74.4%는 학기중과 방학중 모두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있었다.

상시근로자 가운데 44.3%는 학급당 15명 이상의 유아를 담당하고 있지만 31.5%는 방학중 방과후 과정을 지원인력 없이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인 50.5%는 점심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유아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서 자리를 비우기 어려움’ ‘행정업무가 밀려 있어 휴게시간에도 일함’ 등을 꼽았다.

병가나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자도 66.2%였다. 그 이유 또한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움’ ‘동료들의 업무량이 늘어날까봐 사용 어려움’ 등을 꼽았다.

학비노조는 “이처럼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가 상당한 업무량을 소화하고 있지만 정작 유보통합 논의에서는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 69.3%는 ‘현재 유보통합 추진 상황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다수 응답자(83.7%)는 ‘학교 또는 관계기관에서 유보통합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학비노조는 “교육과정 시간의 아이들과 방과후과정 시간의 아이들은 서로 다른 아이들이 아닌데 방과후 전담사에 대한 고민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질 높은 유아 보육은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방과후 전담사에 대한 논의를 반영한 유보통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 정부는 법 개정부터 시행해 놓고는 예산 관련 대책뿐 아니라 유아 교육과 보육 모두의 질을 높이는 시설개선, 교원의 자격기준·양성체계 등에 대해 심도 있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속성으로 추진하는 정책의 결과는 유·초·중등교육과 보육 모두의 공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보통합 모델 시안의 빠른 완성보다 치밀한 고민을 통해 내실 있는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육부가 시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현장 유치원 교사들과 적극 소통하라”고 촉구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