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불법파견’ 13년만에 첫 인정

2024-03-13 13:00:01 게재

대법 “인사·근태 등에 상당한 영향력 행사”

일부 파기환송 … ‘기계·정비 업무’ 다시 심리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현대제철 소속’임을 인정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13년 만에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현대제철의 불법 파견(최대 파견기간인 2년을 초과하여 근로자를 파견한 것으로 초과시 직접고용으로 간주)이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법원은 2022년 포스코 광양제철소 관련 재판에서 제철업종 중 처음으로 불법 파견을 인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61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건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기계·전기정비 업무를 수행한 노동자 등 일부 원고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일부 원심 판단과 연장근로 산정 부분 등은 인정하지 않고 광주고등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원고들은 현대제철과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순천공장에서 연간 180만톤의 냉연강판 등을 생산하는 일을 했다. 이들은 정규직이 하지 않는 크레인 운전, 기계·전기 정비업무 등을 맡았다. 이들은 현대제철의 결정과 지시를 받는 방식으로 일했고, 파견법이 제한한 사용기한 2년이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3년 전인 2011년 7월 현대제철 소속 노동자임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쟁점은 원청이 파견노동자들을 지휘·감독했는지 여부였다.

현대제철은 협력업체에 작업을 발주하고 결과를 확인할 뿐 노동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에서 2건 모두 원고 일부 승소했다. 원고로 이름을 올린 161명 중 정년이 지나거나 중도퇴사자, 정규직 전환자 등 23명을 제외하고 138명에 대한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사내 하청업체의 업무에 전문성과 기술성이 있는지, 업체들이 독립적 조직·설비를 갖췄는지 등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구 파견법 적용을 받는, 근무기간 2년을 초과한 근로자는 현대제철 근로자로 간주하고, 현행 파견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는 정규직 전환의무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대부분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한 원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 만의 결론이다.

대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를 확정하면서 “(현대제철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인사, 근태상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사건은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2005년7월 이후 입사자 중 ‘기계정비, 전기정비, 유틸리티’ 업무를 담당한 10여명이 현대제철의 직접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현대제철이 순천공장 설립 후 상당기간 동안 하청노동자에게 작업수행을 지시·관여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에게도 계속 이어졌는지는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근로자파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파견법상 현대제철이 고용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전국금속노조와 소속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판결 이후 성명을 통해 “현대제철 최초의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이라며 “사법부 판단에 따라 (현대제철은)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고 기업 범죄의 피해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김선일·한남진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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