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위성정당’ 운영 노골적…다시 헌재 심판대로
민주당·국민의힘 사실상 위성정당의 비례후보 심사·선발·발표
10명 안팎 의원 보내 ‘기호 경쟁’ 나서 … 국고보조금 지원까지
녹색정의당, 유권자와 ‘선거권·참정권 침해’ 위헌심판 청구
4년전 이어 두 번째 … 소수정당까지 결합, 학습된 편법 묵인
거대양당이 비례정당인 위성정당을 별도로 만들어 놓고는 위성정당의 비례후보를 사실상 직접 심사해 결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위성정당은 별도의 정당인데도 모(母)정당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녹색정의당은 총선 출마자, 유권자들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위성정당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등록 승인행위가 선거권과 참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비례연합정당에 들어간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진보당 등 소수정당들은 거대양당의 ‘편법 위성정당 운용’에 말 한 마디 못하는 상황으로 위성정당 설립과 편법을 묵인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김수영 녹색정의당 선임대변인은 “4년 전에는 정의당이 정당차원에서 위성정당의 위헌을 물었다면 이번에는 녹색정의당뿐만 아니라 후보자, 유권자가 같이 위헌여부 판단을 요구했다”며 “위성정당 설립으로 선거권과 참정권이 침해받게 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했다.
녹색정의당은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통해 거대양당의 창당경위, 당헌당규, 현역의원 파견, 창당의 물적 원조, 모 정당의 통제 등을 근거로 위성정당이 지지자들에게 비례대표투표를 유도할 목적으로 설립했다는 점에서 선관위가 위성정당의 등록신청을 승인한 것이 선거권 등 중대한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하고 정당제도와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헌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봤다. 헌법 제24조와 제11조 제1항, 제41조 제1항의 선거권과 헌법 24조와 제25조, 제72조, 제130조의 참정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4년 전의 학습 = 거대양당은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절차와 방법을 4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이미 학습된 절차에 따라 좀 더 과감하고 질서 있게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 추진 기구를 만들었고 정책 수립까지 주도했다. 또 민주당 공관위원 등 지도부에서 위성정당에 보낼 비례대표 후보를 심사, 확정하고 순번을 정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4년 전에 처음 위성정당을 만들 때는 경황이 없어 후보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바람에 중간 중간에 많은 문제가 있었고 함량에 미달된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직접 비례 후보 한 명 한 명을 검증해 내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또 조만간 기호를 결정하기 위한 등록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의원 꿔주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더 노골적이었다. 국민의힘 당직자들이 직접 위성정당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국민의힘 당직자를 보내 위성정당 대표에 앉히고는 국민의힘 중앙당에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으로 국민의미래 선거운동을 제일 앞장서서 하게 될 한동훈”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하고는 “국민의미래를 통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만을 사심 없이 엄선해서 국민에게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직접 위성정당의 비례대표후보 공천에 개입하겠다는 공개적 발언이었다. 국민의미래는 국민의힘 공관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비례후보 선정을 위해 530명에 대한 면접 등 심사에 들어가 있다. 또 조만간 국민의미래가 ‘기호 3번’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10명 안팎의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국민의미래로 입당할 예정이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대표는 “거대 양당은 지난 총선보다 더 심각하고 몰염치한 방식으로 위성정당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공관위원까지 겸직하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직접적으로 공천에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4년 전보다 훨씬 더 후퇴한 행위임이 명백하다”며 “위성정당은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정당 제도와 비례대표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했다.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는 “국민의미래는 국민의힘에, 더불어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에 완전히 종속된 형태를 가진 단체에 불과하다”고 했다.
◆헌재 판단, 달라질까 = 4년전에 정의당,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사법적 물음에 대한 답은 ‘문제없다’였다. 이번엔 달라질 수 있을까. 2020년 2월에 정의당은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설립과 관련해 “선거 경쟁이나 보조금 수령 차원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정의당이 직접적이고 법적인 불이익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를 결정했다.
같은 해 경실련과 이국영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은 “선거관련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기각판단을 내렸다. “각 정당이 공직선거법에 규정한 민주적 심사나 투표 절차 등을 갖추지 못했거나 당헌당규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의당은 당시 대법원에서 증거 조사나 증거 신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과 위성정당의 위헌적 행태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헌재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봤다. 특히 4년전 헌재가 ‘정당의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판단을 내린 점을 고려하면 선거에 나갈 후보자와 유권자 측면에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묻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