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슬 꿰어 보배 만드는 ‘신기술 보급사업’

2024-03-14 13:00:09 게재

권철희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농촌진흥기관에서는 매년 구슬땀을 흘려 새로운 영농기술과 특허를 선보인다. 이들 신기술은 우리 농업에 산적해 있는 현안을 해결할 열쇠이자, 농업을 경쟁력 있는 미래 성장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신기술을 빠르게 영농현장으로 보급·확산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영농현장에서 쓰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신기술도 농업인·농산업체가 사용하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때 비로소 보배가 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 매년 추진하고 있는 ‘신기술 보급사업’은 수많은 신기술·신품종이란 구슬들을 잘 꿰어 보배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총 5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128개의 신기술 보급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추진 후 시범농가의 소득은 31.6% 증가했고, 생산량은 31.8% 향상되었으며, 생산비는 26.0%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술 보급사업에 대한 농업인 만족도도 91.4%로 높은 수준으로 나왔다. 신기술 보급사업이 농가소득 증대, 생산성 향상, 생산비 절감이란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최근 이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추진한 ‘농식품 부산물 한우 사료화 기술’ 보급사업은 치솟는 사료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의 사료비 절감과 농가소득 증대라는 성과를 거뒀다.

지역 내 수제 맥주 공장에서 나오는 맥주 부산물(맥주박)과 대형 유통업체에서 발생하는 과채류 부산물을 이용해 자가 섬유질배합사료(TMR)를 만든 것이다. 사료 제조 시 약 20~30%가량의 농식품 부산물을 사용함으로써 사료비를 두당 35만 원가량 줄일 수 있었다.

또한 부산물을 소각하지 않고 사료로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폐기물 처리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환경적·경제적 효과까지 덤으로 얻고 있다.

진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추진한 ‘중소형 수박 생력화 수직재배기술’ 보급사업도 노동강도 감소, 생산량 증대, 중소형 수박재배면적 증가라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뒀다.

이 기술은 수박 줄기를 수직으로 유인시키고 수박 열매를 올려놓을 수 있는 1m 높이의 받침대를 설치해 재배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작업을 허리를 굽히지 않고 서서 일할 수 있어 기존 포복재배보다 노동강도가 절반 이상 줄었다. 또한 심는 거리를 좁힐 수 있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2~3배가량 늘어났다. 중소형과를 선호하는 소비 변화에 맞춰 중소형 수박 재배면적도 애플수박은 28%, 미니흑수박 58% 늘릴 수 있었다.

이상기상, 농촌고령화, 식량안보 등 우리 농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개발 기술의 신속한 보급·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스마트 농업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농업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을 보급사업을 통해 얼마나 빠르게 영농현장으로 확산시키느냐에 따라 우리 농업의 발전 속도와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전년 대비 15.8% 늘어난 64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스마트팜 작업자 추종 운반로봇 시범사업’ 등 134개 현장 맞춤형 신기술 보급사업을 추진한다. 전국의 영농현장으로 떠날 준비를 마친 수많은 신기술·신품종들이 농업인·농산업체에게 값진 보배가 되어 빛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