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피의자 이종섭 출국’ 잡고 ‘정권심판론’ 띄웠다

2024-03-14 13:00:24 게재

“범인도피, 전방위적 포석 두며 모든 일을 다 할 것”

“‘채 상병’ 축소수사 대통령실 관련성 차단 의도” 해석

국민의힘 ‘공천 파동’ 집중 타격, ‘비명횡사’ 정면돌파

의료공백도 주시 … ‘못 살겠다, 심판하자’ 선거구호로

민주당이 채 상병 사망사건 조사외압의혹 핵심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을 정조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수세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최적의 목표물’로 선정한 셈이다. 또 국민의힘의 막말 등 부적격인사 공천을 집중 추궁하면서 ‘비명횡사’ 비판을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국민 목숨을 담보로 강 대 강으로 치닫고 있는 의대증원 파동에 따른 의료공백의 부작용도 눈 여겨 보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공천이 마무리돼 가면서 지지율이 회복되어 간다고 보고 30일도 채 남지 않은 국면에서 ‘윤석열정권 심판론’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 프레임으로 이번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혀놓은 상황이다.

민주당, ‘이종섭 특검법’ 발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와 이용선 외통위 간사(왼쪽), 유동수 의원이 12일 오전 이종섭 특검법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공천파동으로 추락했던 지지율이 다소 회복되는 분위기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며 “3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으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해외로 도피한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슈화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정부나 이 전 장관의 행보, 반응 등이 나오면 계속 이슈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선거 직전인 다음달 4일에 패스트트랙 안건에 지정돼 있는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에 자동상정되면 이를 환기시키면서 여론전을 펼칠 계획이다. 또 ‘이종섭 특검법’을 발의해놨다.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등으로 출국을 지원했다고 판단되는 외교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 탄핵도 검토 중이다. 외교부와 법무부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조치도 진행 중이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외교를 범인도피로 사용한 굉장히 상대국에도 실례가 될 수 있을 만한 큰 일”이라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포석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특검)법안을 발의해 놨고 별도로 공수처에 고발도 할 것”이라고 했다. “전방위적으로 포석을 두면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박 원내수석은 민감한 총선 시즌에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발령과 출국’이 단행된 배경에 대해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한 이 전 장관의 개입과 대통령실의 압박 등에 대한 증언이나 자료가 더 이상 드러나게 하면 안 되겠다는 판단으로 해외출국도피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천파동은 ‘부실공천’으로 막는다 = 민주당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요약되는 공천파동과 관련한 부정여론에 대해 ‘국민의힘 공천은 더 심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의힘 공천이 민주당보다 더 심각하고 문제가 많다는 점을 부각하겠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대구 중남구 도태우 후보의 ‘5.18민주화운동의 북한개입설’ 발언, 부산 수영구 장예찬 후보의 ‘난교’ 발언, 대전 서갑 조수연 후보의 ‘친일’ 발언, 충북 청주 상당구 정우택 후보의 ‘돈 봉투’ 의혹,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박덕흠 후보의 당선 축하 파티, 울산 중구 박성민 후보의 ‘삼청교육대 입소’ 의혹, 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심재돈 후보의 ‘강압수사’ 의혹, 서울 동작 갑 장진영 후보의 ‘땅투기 귀재 아들’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이재명 당대표는 “당진의 정용선 후보, 청주 서원의 김진모 후보, 불법 여론 조작 등으로 유죄선고 받고 특별사면 받아 출마한 ‘사면 공천’”을 지적하고는 “천안갑의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경북(영주·영양·봉화)의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 채 상병 사건 은폐조작의 책임자”라고 했다. 서산·태안의 성일종, 인천 연수갑의 정승연 후보에 대해서는 “이토 히로부미를 칭송하고 일본 비판을 열등의식으로 폄하한 ‘친일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대구 달서갑 유영하 변호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탄핵부정 공천’도 강도 높게 때렸다. 이 대표는 “국정 실패에 대해서 국정의 잘못에 대해서 책임져야 될 사람들한테 공천장으로 상을 주는 것, 이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국정운영 하겠다는 뻔뻔한 선포 아니냐”며 “4월 10일은 ‘패륜 공천’에 대한 심판의 날”이라고 했다.

◆“의대증원 파장, 결국은 부정적으로 작동할 것” = 의대증원에 따른 의사들의 반발과 의료공백에 대해 민주당은 ‘일단 주시’로 방향을 설정해 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득권과의 전쟁’으로 유권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 국정운영을 과도하게 비판하면 도리어 ‘기득권 옹호’로 비쳐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료병원과 필수의료 체계 확충’ 등을 요구하며 ‘대화와 타협’을 주문했지만 최근에는 논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의대증원 파장 문제가 강 대 강으로 갔다가 선거시즌 직전에 타협을 이루는 시나리오가 예상되지만 윤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줬던 성향상 강 대 강으로 끝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는 기득권과의 싸움에 국민들이 박수치지만 극단적 상황으로 들어가 피해와 공포가 국민 다수에게 직접적으로 가게 되면 국정운영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현 정부 비판여론이 커질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강도높게 밀고 나가기 위해 이번 총선의 구호로 ‘못살겠다, 심판하자’를 잡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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