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 없는 처방전 작성은 불법

2024-03-18 13:00:03 게재

법원 “원격처방 제재 필요”

교정시설 내 마약류 반입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수감자에게 비대면 처방전을 내준 의료인이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경 교도소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전달받았다. 발신자는 감옥에 수감된 범죄자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A씨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편지 내용만 믿고 약을 처방해 그에게 전달했고 2020년까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총 17건의 증명서가 발급됐다.

하지만 이는 법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편지를 보냈던 사람들은 대부분 마약사범들이었으며, 처방한 약품 중에는 향정신성 의약품도 있었다.

결국 A씨는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형사처벌은 받아들였지만, 보건복지부가 자격정지 2개월 행정처분까지 하자 불복해 소송에 나섰다.

A씨는 “수감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의료인으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처방전을 발급해줬을 뿐 이로 인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은 없다”며 “당시 원격진료가 합법적인 행위로 착각하고 저지른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면허 정지 처분이 사회 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없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도 않은 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며 “처방한 의약품 중에는 오·남용 우려가 있는 향정신성의약품도 포함돼 의료질서를 심각히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인 업무가 국민의 생명·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받게 될 불이익은 의료법 위반행위 규제의 공익성보다 결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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