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의 해

"디지털 홍수 시대, 어린이에게 책을"

2024-03-21 13:00:01 게재

“우리 사회,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에 개방적” … 스스로 책을 고르는 힘 중시

2024년은 어린이 책의 해다. 책의 해 사업은 2020년부터 청소년 고령층 등 생애주기별 책의 해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4년에는 지난해까지와 달리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민간단체들의 힘으로 책의 해 사업을 추진하기에 더욱 각별하다. 2024 어린이 책의 해 추진단은 "정부의 예산 지원은 없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가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게, 어린이가 나답게 살아갈 수 있게, 어린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게. 2024 어린이 책의 해 추진단은 우리 어린이에게 책 친구를 만들어주자고 외칩니다. 2024 어린이 책의 해 표어는 ‘책, 친구가 되어줘’입니다. 이 말은 어린이가 책에 친구가 되자고 청하는 말이자, 우리 어린이가 이 사회에 책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2023년 어린이도서연구회 광명지회 한 회원이 광명 철산도서관에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사진 2024 어린이 책의 해 추진단 제공

2024년은 어린이 책의 해다. 2024 어린이 책의 해 추진단(추진단)은 위와 같은 취지문을 밝히고 어린이 책의 해의 시작을 알렸다. 21일 안찬수 2024 어린이 책의 해 추진단장은 “디지털 문화의 홍수 속에서 어렸을 때부터 종이책에서 멀어지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책을 권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환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어린이 시기, 평생독자 성장 골든타임 = 책의 해는 출판 도서관 서점 작가 독서 분야 민간단체들이 추진단을 구성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후원하는 대표적 민관 협력 사업이다. 2020년부터는 청소년 고령층 청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생애주기별 책의 해 사업을 해마다 펼치고 있다.

1922년 어린이날이 제정됐고 1923년은 어린이해방 선언이 발표됐다. 2024 어린이 책의 해는 지난 100년의 어린이 독서문화운동에 이어 다시 100년의 어린이 독서문화운동을 도모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쥔다. 친구들과 SNS를 하고 게임을 하는 것은 하나의 공동체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예전에는 누군가 책을 읽어주고 친구들끼리 책을 서로 빌려서 읽는 문화가 있었지만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네스코는 2023년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권고했다. 실제로 영국 중국 프랑스 핀란드 네덜란드 등은 어린이들의 학교 내 혹은 일상에서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안 추진단장은 “해외에서는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고 실제로 이를 제약하는 규제가 시도되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어린이들의 디지털 기기 혹은 스마트폰 이용에 대해 너무 개방돼 있어 어린이들이 독서를 즐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시기는 책 읽는 청소년과 평생독자로 성장하는 골든타임이다. 2020년 ‘책 읽는 청소년 독자 형성 실증연구 및 사례조사’에 따르면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초등학교 3~4학년에 가장 높았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이 시기에 책을 가까이에 두고 자라면 평생독자로 성장할 수 있다. 이는 출판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안 추진단장은 “어린 시절부터 책과 만나고 책읽기가 즐겁다는 생각을 가져야 어린이들이 평생독자로 성장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평생독자들이 성장해야 출판 도서관 서점 작가들의 다양한 활동들이 든든하게 뒷받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가 권하는 어린이책 = 2024 어린이 책의 해는 어린이들이 중심이 되는 사업들로 꾸며진다. 우선, 어린이들이 스스로 책을 고르는 힘을 중시한다. 이에 따라 실천사항 중 하나로 ‘책은 어린이 스스로 직접 골라요’를 명시했다. 신민경 어린이도서연구회 사무총장은 “누가 읽으라고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구속이며 억압”이라면서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을 때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가며 행복한 독자로 성장해야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말했다.

주요 사업들도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된다. 대표적 사업 중 하나는 ‘어린이가 권하는 어린이책’이다. 전국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권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은주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은 “2024 어린이 책의 해는 어린이들이 사업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주체적으로 책을 즐기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작은도서관들은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다른 어린이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러 작은도서관에서 추천된 책들을 SNS를 통해 공유, 확산하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책을 읽고 질문을 함께 만들어가는 비경쟁 독서토론을 통해 어른과 어린이들이 서로 동등하게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 2024 어린이 책의 해는 ‘책읽어주기운동 20주년 기념 심포지움’을 연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어린이들에게 동화책 한권을 온전히 읽어주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심포지움에서는 책읽어주기가 독서교육에 미친 영향, 책읽어주기 역사, 전국 사례 등을 발표한다.

신 사무총장은 “책읽어주기는 비독자를 독자로 이끌며 책 읽는 즐거움과 기쁨을 주고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누는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의 시간을 가져다준다”면서 “읽어주고 들으며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생각이 깊어지고 다른 사람의 얘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 책 금기를 넘다, 다양한 어린이를 만나다’의 경우 어린이해방 100년을 맞아 어린이를 시민으로 받아들이고 어린이가 나답게 살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심포지움이다. 김영미 어린이책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어린이책에 등장하는 주제나 소재들이 다양하지 않고 한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어린이도 시민이라는 관점에서 어린이들의 생각을 넓혀줄 수 있는 어린이책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와 책에 대한 관심 환기” = 2024 어린이 책의 해는 예년과 달리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진행된다. 통상 문화체육관광부는 책의 해 사업에 5억원 정도의 예산을 집행해왔다.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준비하는 책의 해 사업이라는 점에서 올해 어린이 책의 해에 참여하는 민간단체들의 마음가짐은 각별하다. 안 추진단장은 “정부 예산 지원은 없지만 각 단체들이 어린이와 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한다는 차원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활동을 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진단은 2024 어린이 책의 해의 취지에 공감하는 기관 단체 기업 개인을 대상으로 협업 제안 및 후원을 모집하고 있다.

●추진단 참여단체: 대한출판문화협회, 어린이도서연구회,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어린이책시민연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과사회연구소,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도서관협회,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가나다 순)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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