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존하기 위한 조건

2024-03-21 13:00:01 게재

강형석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현대사회에서 세상의 변화는 개인의 주관적 인식의 결과물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이나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사회적 통념이 반영된 실질적 현상이다. 종래 세상의 변화는 급격한 변곡점이나 전환점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변화가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사회발전의 과정으로 여겨질 만큼 자연스럽다. 컴퓨터 인터넷이나 양자역학 등이 사회에 영향을 가져왔던 것처럼 반려동물도 변화의 측면에서 보면 중요성이 이에 못지는 않다. 과거 ‘애완’ 동물에 지나지 않았던 존재들이 ‘반려’ 동물로 불릴 정도로 존재의 의미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고 관련 산업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2012년 약 360만 가구에서 2022년 약 600만 가구로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생산·판매 등 관련 서비스업도 같은 기간 동안 2000여곳에서 2만2000곳으로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반려 동물의 양적인 증가와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업의 질적인 변화가 동반해 성장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동물학대와 각종 불법·편법 영업 행위가 관련 서비스 산업의 양적 팽장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인간과 동물 중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병리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9월 화성의 어느 반려동물 생산업장에서 경제적 이익에 사로잡힌 영업자 등이 각종 무면허 진료행위, 동물학대와 암매장 등을 벌였던 사건은 양자간의 바람직하지 못한 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펫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예쁜 강아지는 각종 동물학대와 잔혹함의 결과물이거나 어떠한 존재의 희생의 댓가일 수 있다.

정부도 반려동물 및 관련 서비스업에서 유발되는 사회적 병리 현상을 없애기 위해 반려동물 영업장 등 현장에서 행해지는 각종 편법·불법 행위에 대한 점검·단속과 함께 제도개선을 지속하고 있다. 중앙·지방정부 및 민간이 협력하여 동물학대 및 무허가·무등록 등 불법행위를 제재하거나, 펫숍이 동물 보호소를 함께 운영하면서 고액의 파양비를 받고 동물을 인수해 재분양하는 소위 ‘신종펫숍’ 등 탈법행위 등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영업장의 시설 등 준수 기준 상향,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 강화, 반려동물 생산-판매 단계의 이력관리제 강화, 동물생산업 부모견 등록제 도입 등 제도개선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반려동물 관련 불법·편법 영업장이나 생산업장-경매장-펫숍에 이르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규제 수단을 활용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사람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농식품부에 동물복지 전담 국(局)이 신설된지 이제 1년이 지나고 있다. 전담국이 신설된 후 반려동물 가구 등을 포함한 전 국민의 기대 속에서 선진국형 반려동물 양육구조로의 전환,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 동물의료 체계 개편 등 반려동물 복지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많은 변화를 이루어냈다.

이러한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 양육가정과 반려동물 보호 단체 등을 넘어 우리 국민의 반려동물에 대한 의식과 사회적 양심을 일깨우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동행하는 사회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동물과 동물복지에 대한 공감과 상호의 유대감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모두 함께 행복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