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상생금융지수’ 도입에 힘 모은다

2024-03-22 13:00:06 게재

은행 독과점 초과이익 사회환원 방식으로 제시

중기 전문가 “은행 단기 대출관행 변화 필요”

시중은행 “재무건전성 훼손, 고객간 차별” 우려

중소기업계가 ‘상생금융’ 제도화에 힘을 모으고 있다. 상생금융은 은행권과 중소기업이 협력하는 금융체계를 의미한다.

상생금융 도입을 위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포함한 ‘22대 총선 중소기업 정책과제’를 내놓았다. 18일에는 중기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와 함께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은행권은 난감한 상황이다. 5대 은행이 ‘2조원+α’의 상생금융안을 내놨는데 여기에 ‘지수’까지 도입하면 부담이 가중된다는 게 은행들 주장이다. 공개적으로 반발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기 한계기업 최대 20% 예상 = 상생금융이 제기된 배경에는 은행이 막대한 이익을 낸 반면 자금난에 내몰린 중소기업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22일 중소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 대출은 크게 증가했다. 예금은행의 2월 기업대출 잔액은 1262조4000억원으로 한달 새 8조원 늘었다. 2월 기준으로 2021년(8조9000억원) 이후 역대 두번째 증가 폭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 3조3000억원, 4조7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가운데 개인사업자의 대출도 1조1000억원 늘었다.

대출금리는 치솟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평균 5.34%로 집계됐다.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중소기업은 고금리로 이자 압박을 크게 받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비중이 61.1%에 달했다. 2021년(3.0%)과 비교하면 2년 만에 무려 20배나 커졌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한계상황에 내몰리는 중소기업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도 상승세다. 2020년 12월 말 0.36%에서 2023년 12월 말 0.48%로 커졌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최세경 정책컨설팅센터장은 “한계 중소기업 비중이 올해 18.0%에서 최대 20.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계 중소기업’이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기 어려운 기업을 뜻한다.

중소기업 고통과 달리 은행은 예대마진이 크게 늘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5대 은행은 14조102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익의 대부분은 고금리 덕이다. 총영업이익 44조3262억원 중 이자이익이 93.4%를 차지했다.

은행들이 이익을 임직원 성과급으로 활용한 게 드러나자 ‘사회적책임’ 요구가 거셌다. 정부와 정치권도 압박했다.

◆노력없이 고금리로 최대 수익 = 중소기업계도 은행의 동반성장을 요구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18일 토론회에서 “은행의 초과 영업이익은 은행의 노력에 의한 게 아니라 고금리 등 외부요인에 기인한 횡재성 초과수익”이라며 은행의 사회환원을 주장했다. 임 교수는 “은행이 비판받는 주된 이유는 위험은 기업과 보증기관에 전가하면서 수익은 최대한으로 챙긴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환원 방식으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하는 ‘상생금융’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은행들은 담보 중심의 단기 대출관행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며 은행의 사회경제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은행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생금융지수’도입을 제안했다. 상생금융지수는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행태, 사회공헌 등을 종합해 은행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하는 지수를 말한다.

임 교수는 “상생금융지수가 도입되면 은행의 영업방식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용환 서울여대 교수도 “은행의 대출행태가 중소기업 자금조달의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도록 은행의 상생금융 노력을 연차적으로 평가 공표해 신동반성장 문화를 완성해야 한다”며 “우선 4개 금융지주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금융감독을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위주로 평가하는 현행 시스템은 금융기관의 공공성 기준으론 미흡하다”면서 “은행의 경영건전성과 공공성의 역할 균형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기 자금확보 관행 변화 필요 = 은행권은 ‘상생금융’ 주장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수 도입에는 반대하는 기류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생금융 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결국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는 고객과 거래하는 금융으로 중소기업은 고객 중 하나”라며 “중소기업에게만 혜택을 줄 경우 또다른 고객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은행 주주의 70% 정도가 외국인인 상황에서 주주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실시하고 있는 ‘은행경영실태 평가’(CAMEL-IR 지수평가)와의 중복도 제기했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도 ”상생금융지수는 자칫 부작용이 초래될 수도 있다“며 ”은행 건전성에 순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확대를 요구했다. 김 교수는 “상생금융지수 도입은 현 경제상황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며 “중소기업들의 자금확보 관행이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은행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국책기관들과 함께 프리미어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을 활성화해 자금을 조달하고 배분하는 방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