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편집 배워 나만의 TV 시작했어요"

2024-03-25 13:00:01 게재

중랑구 망우동에 양원미디어센터

노필 감독 이름딴 작은 영화관도

“영상으로 중랑구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면목에서 배워서 지금은 ‘박점자TV를 해요. 면목에서 주로 작업을 하는데 여기 시설 너무 좋네요.”

중랑양원미디어센터 개관식을 찾은 주민이 시네마 노필을 비롯한 시설을 둘러본 뒤 류경기 구청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중랑구 제공

우리동네 통신원으로 활동 중인 서울 중랑구 면목5동 주민 박점자(68)씨. 망우동 양원지구에 최근 문을 연 중랑양원미디어센터를 둘러보는 내내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한다, 편집 작업을 거치면 곧 ‘박점자TV’와 중랑구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웃과 공유할 참이다.

25일 중랑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15일 지역 내 두번째 공공 미디어센터를 선보였다. 2021년 12월 면목동에 미디어센터를 개관했는데 주민들 호응이 컸다. 미디어 체험과 교육 장비대여 등 누적 이용자가 3만명이 넘는다. 매달 평균 1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450.15㎡ 시설을 가득 메운다. 다른 권역 주민들은 거리가 멀어 이용이 불편하다며 가까운 곳에 추가 시설을 요구하기도 했다.

망우동에 둥지를 튼 중랑양원미디어센터는 면목보다 규모가 크다.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면서 기부채납으로 전용면적 780㎡ 공간을 확보했다. 다목적 스튜디오와 전문 녹음실, 보이는 라디오 스튜디오, 북카페와 영상편집실 등을 갖췄다. 중랑구는 면목과 함께 양원센터까지 직접 운영하면서 주민 대상 미디어 교육부터 관련 문화활동까지 책임진다는 계획이다.

스튜디오에서는 영상이나 실시간 전자상거래 방송 촬영이 가능하고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서는 유튜브 팟캐스트 등 방송을 제작할 수 있다. 뉴스 영상 제작 등 서적이 비치된 북카페는 그 자체가 또하나의 문화공간이다. 독서나 회의는 물론 인터넷 기반 드라마 영화 등 감상도 가능하다.

양원센터에는 특히 면목센터에 없는 공간이 하나 더 있다. ‘시네마 노필’이라 이름붙인 52석 규모 작은영화관이다. 인근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든 노 필(1928~1966) 영화감독 이름을 딴 공간이다. 노 감독은 스물셋에 항일 색채를 띤 ‘안창남 비행사’를 선보인 뒤 39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17년간 30여편을 제작했다. 음악영화 거장으로 그를 자리매김하게 한 작품은 1966년 개봉한 ‘밤하늘의 블루스’다. 배우들이 노래·춤과 함께 연기를 선보인, 요즘으로 치면 뮤지컬이다.

‘묘지번호 204942’로 잊힐 뻔했던 감독은 작은영화관을 통해 주민들에게 기억될 전망이다. 구는 이 공간에서 독립예술영화와 고전영화 가족영화 등 상영, 작은 영화제 개최를 구상하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씨네마 노필’을 찾은 고인의 3남 노문현씨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비슷한 시설을 만나지 못했다”며 “중랑구가 부럽다”고 감회를 전했다.

중랑구는 센터를 주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운영하는 한편 지역 내 초중고교와 연계해 다양한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생소한 장비를 접하고 배우는 ‘찾아가는 미디어 버스’, 미디어 관련 직업을 체험하는 ‘학교 연계 교육’ 등이다. 김언정 신현고 학부모 회장은 “학교에 없는 공간을 활용해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각영상디자인을 전공하는 큰 아이를 비롯해 성인들까지 좀더 세밀하게 배우고 체험하면서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주민들이 미디어를 배우고 활용법을 익히도록 돕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며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미디어를 즐기고 문화활동을 누릴 수 있는 다채로운 과정을 마련해 센터를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