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후 시·도당 소멸해도 당원지위 유지”

2024-03-25 13:00:14 게재

1·2심, 민생당 대표 선거 ‘무효’ 선고

대법 “신설 당원 지위 취득” 파기환송

정당간 합당하는 과정에서 변경등록신청을 하지 않아 시·도당이 소멸하더라도 소속 당원들은 합당된 정당 당원의 자격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김정기·이관승 전 민생당(현 기후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 공동직무대행이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 무효확인 소송에서 무효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법 관련 규정들의 적용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생당은 2020년 2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합당해 신설됐다.

민생당은 신설합당 후 재정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정당법 제19조 제3항에 따라 서울, 부산, 광주, 울산, 세종, 경기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의 11개 시·도당 개편대회를 거쳐 변경등록신청을 했다.

다만 합당 전 3개 정당의 시·도당 중 대전, 대구, 인천, 강원, 경상북도, 제주 등 6곳의 시·도당은 정당법상 변경등록 절차를 지키지 않아 소멸됐다. 이후 민생당은 2021년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를 치렀고, 서진희 전 민주평화당 최고위원(현 기후민생당 대표)이 23.60%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그러자 김 전 직무대행 등은 선거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멸한 시·도당 소속 당원들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는데도 당 대표 선거에 참여했으므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정당법 제19조 제3항은 ‘정당의 합당이 성립한 경우에는 그 소속 시·도당도 합당한 것으로 본다. 다만 신설합당인 경우에는 합당 등록신청일부터 3월 이내에 시·도당 개편대회를 거쳐 변경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정당법 제19조 제4항은 ‘신설합당된 정당이 제3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기간 이내에 변경등록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만료일의 다음 날에 당해 시·도당은 소멸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멸한 시·도당 소속 당원들은 민생당의 당원 자격이 없으므로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며 선거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정당법 21조는 ‘합당 전 정당의 당원은 합당된 정당의 당원이 된다’고 정하지만 하급심 재판부는 변경등록 절차를 적법하게 거친 경우에만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민생당의 상고로 진행된 대법원 상고심은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본다면 합당이 이미 성립돼 합당된 정당의 당원이 된 사람의 의사에 반해 정당을 탈퇴시키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변경등록 절차의 경우 “신설 합당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 시·도당 조직 개편에 관한 절차 규정에 불과하다”며 “정당법 21조의 효력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당에 가입하고 활동할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정당법의 규정에 비춰볼 때 합당에 따른 부수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당원의 자격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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