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변호 “2차 가해는 안돼”

2024-03-25 13:00:15 게재

‘누구’ 아닌 ‘어떻게’가 핵심

범죄인도 변호받을 권리있어

4.10 총선을 앞두고 조수진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가 사퇴하면서 성범죄자 변호는 어디까지 용납되는지 논란이 많다. 변호사단체들은 성범죄자도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데 대해서는 동의한다. 다만 변호인이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변호사들의 총선 출마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 이런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박민식 국민의힘(서울 강서을) 후보는 전날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의 성매매알선 사건 변호 의혹을 제기한 노종면 민주당 대변인을 허위사실 유포로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노 대변인은 사퇴하고, 가짜뉴스를 눈감은 민주당은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노 대변인은 22일 ‘아동 성범죄 변호’ 논란으로 조 변호사가 후보에서 사퇴하자 국민의힘도 성범죄 2차 가해 문제를 가진 후보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며 정치공세를 폈다.

논란의 불씨가 된 조 변호사는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여아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성병에 걸리게 한 성범죄로 징역 10년을 받은 태권도 관장을 변호했다. 당시 조 변호사는 2심 재판에서 아버지 등 다른 성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고 피해자가 ‘작화증’(상상을 현실로 인식하는 정신병의 일종)을 앓고 있다고까지 언급하며 2차 피해 유발 논란을 불렀다.

조 변호사 외에도 민주당 7호 영입인재인 변호사 전은수(울산 남구갑) 후보도 비슷한 논란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의 2호 영입인재로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에 공천신청한 공지연 변호사는 유사논란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헌법은 범죄인의 변호인 조력권을 국민기본권으로 보장한다. 변호사 윤리규약에도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성범죄자 변호를 두고 법률전문가들은 ‘누구’가 아니라 ‘어떻게’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의 역할은 범죄 가해자가 확실한 경우 사죄로 반성하도록 돕고, 피해배상 합의과정에서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하는 것이란 의견에서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앞서 2020년 “모든 사건을 편견 없이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사임을 하는 상황은 결국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변호사 역할은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고, 증거를 조작해 흉악한 범죄자를 무죄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낸바 있다.

죄지은 자의 죄를 마치 없었던 일인 양 지워주거나 감춰주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그 잘못에 비해 과잉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기에 그 죄의 무게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는 의견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지난 22일 회원인 조 변호사의 부적절한 변호 논란에 대해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2차 피해를 가할 수 없다는 원칙을 동료인 조 변호사에게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픔과 큰 책임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미래변호사회(한미변)도 이날 성명에서 “성범죄 변호를 족쇄로 변호사의 헌법상 직무를 매도하는 사태를 우려한다”고 했다. 한미변은 변호사 직역의 가치와 역량에 집중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8월 출범한 변호사 단체다.

이와 관련 성폭력처벌법 및 청소년 성보호법은 수사기관과 법원 및 소송관계인(변호인을 포함한다)은 조사 및 심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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