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건 중도층·수도권·2030세대인데…보수에 갇힌 한동훈

2024-03-26 13:00:02 게재

26일 박근혜 찾아가 … “젊은층에 매력 강점 약화될 수도”

윤 대통령 차별화 회피·야권 ‘묻지마 비판’도 확장성 손해

4.10 총선을 보름 앞두고 여야 지지층이 결집 양상을 보이면서 결국 승부처는 중도층·수도권·2030세대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승부처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총선 막판으로 갈수록 보수층에 갇히는 모습을 비친다. 여권 내부에서도 “확장성이 아쉽다”는 한탄이 들린다.

한 위원장은 26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박 전 대통령을 따로 만나는 건 이날이 처음이다. 한 위원장이 굳이 박 전 대통령을 대구 사저까지 찾아가는 건 ‘보수층 껴안기’ 행보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당초 텃밭인 영남 지역구 65곳을 ‘싹쓸이’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일부 지역구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자 한 위원장이 부랴부랴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이 도태우(대구 중남)·장예찬(부산 수영) 후보 공천을 취소하자 보수층·영남권 일각에서는 반발 기류가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을 찾아 강동구갑 전주혜 후보,강동구을 이재영 후보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하지만 한 위원장의 이날 ‘박근혜 예방’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총선 승부처로 꼽히는 중도층·수도권·2030대를 끌어안는 확장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국민의힘 일부 후보들이 당 지지율에도 못 미치는 사례가 제법 있다. 이는 보수층 결집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고해도 한 위원장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장면은 자칫 한 위원장이 기성 정치인과 다른 모습, 참신한 면모로 젊은층에게 매력으로 비치던 강점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 회피 △대야 공세에만 매달리는 총선 전략에서도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을 겨냥해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냉랭하던 민심은 한 위원장에게 우호적 평가를 보냈다. 한국갤럽(5~7일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차기 대선주자 조사에서 한 위원장은 단숨에 24%를 얻어 이재명 대표(23%)와 선두권을 형성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27%) 인천·경기(23%) 중도층(20%)에서 경쟁력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이후 보수층의 우려를 의식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피하기 시작하면서 ‘한동훈 효과’는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장은 ‘이종섭 출국’ ‘황상무 실언’ 논란이 촉발됐을 무렵 윤 대통령에게 곧바로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숟가락을 얹었고, ‘2차 갈등설’이 불거지자 진화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대신 협조적 관계를 택한 것으로 읽힌다.

정치권에 뛰어든 지 반 년도 안된 한 위원장은 오로지 ‘이재명·야당 공격’에만 매달리고 있다. 중도층·수도권·2030대를 겨냥한 새로운 정치·대안의 정치는 보여주지 못한 채 매일 이 대표와 야권을 겨냥한 비판만 쏟아내고 있다. 한 위원장은 25일에도 “문재인정부와 이재명 대표가 너무 굴종적인, 중국 편향적 정책을 펴왔다”며 공격했다.

한 위원장이 중도층·수도권·2030대를 껴안는 ‘확장’에 실패하고 보수층에 갇혔다는 지적은 25일 한 위원장의 여의도 출근길 인사에서도 확인됐다. 한 위원장이 영남을 찾았을 때 나타난 뜨거운 환대는 볼 수 없었다. 다수 시민은 한 위원장을 쳐다보지 않고 출근길만 서둘렀다. 여권 인사는 26일 “한 위원장도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확장성이 약하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 검사 정치인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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