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한단 875원이면 농민 다 죽는다”

2024-03-28 13:00:00 게재

원자재 가격 올라 농민들은 적자보는데 … 정부 지원금은 중간유통상만 배불리는 부작용

‘대파 한단에 875원이 합리적 가격’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 후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 현재 출고가격으로는 생산비를 만회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소비자 가격 급등을 농민 탓으로 돌리는 발언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등 농민단체들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하되는 농산물마다 금처럼 비싸다고 하니 농민 중 부자가 아닌 이가 없어야겠지만 정작 농민들은 냉해 수해 전염병에 폭등한 비룟값 농약값, 전기세 인상 등으로 본전도 못찾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주최로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수입농산물 철폐 전국농민대표자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양손에 대파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농민단체는 정부가 물가를 잡는다며 수입과일 할당관세를 확대한 것에 ‘농업을 포기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농민들은 “정부의 수입농산물 확대가 지속되면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내놓은 방안들도 농민이 아닌 중간 유통상만 배불리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앞서 물가 안정을 위해 1500억원을 납품단가 인하와 농산물 구입 할인쿠폰에 투입하기로 했다. 납품단가 지원 예산은 농민들과는 무관한 중간 도매상에게 지원되는 자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대파 한단에 875원을 합리적 가격이라고 말했던 것도 납품단가 지원(2000원)과 할인쿠폰(375원)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적용된 대파 한단 가격 875원은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가격 정책으로 꼽힌다.

물가 안정 대책이 장기적으로는 우리 농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과 가격이 오르자 정부가 사과를 대체할 수입과일에 대한 할당관세를 확대하면서 오렌지와 바나나, 망고 등 수많은 수입 과일들이 시장과 대형마트를 잠식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비싸게 형성된 과일값을 핑계로 수입과일까지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우리 과일은 비싸고 고급 상품으로 자리잡고 서민들은 수입과일을 먹는 구조로 고착될 수 있다”며 “우리 과일이 비싸지는만큼 과수농가에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유통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올해도 과일값 상승과 물가 불안정 사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김충근 전국사과생산자협회장은 “지난해 대비 올해 더 많은 양의 사과가 농가 손을 떠나 시장에 출하됐지만 중간상인들의 매점매석에 의해 사과가격이 지속적으로 폭등했다”며 “소비자와 생산자들만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유통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한 농민들은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없고 소비자는 비싼 가격으로 과일을 사먹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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