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2주 전 연달아 대형공약…퍼지는 피로감

2024-03-29 13:00:24 게재

“막판에 터뜨린 공약, 국민이 얼마나 신뢰하겠나”

운동권심판 → 이(재명)·조(국)심판, 메시지 혼선

총선 판세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면서 여당이 연달아 대형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총선을 단 2주도 남기지 않은 때 발표한 공약들의 실현가능성도 문제지만 지켜보는 유권자들에게 피로감 또는 불신감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이 ‘정권심판론’이라는 단일 메시지를 외치는 가운데 여당은 운동권심판, 종북세력심판에 이어 최근 이(재명)·조(국) 심판에 이르기까지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전략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여당의 대응이 전반적으로 산만한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열세가 확인된 이주 들어 여당은 각종 파격적인 공약들이 연달아 발표했다. 25일 세 자녀 이상 가구 대학등록금 면제, 27일 국회의사당 세종시 완전 이전, 28일 출산·육아용품 및 서민 생활 밀접한 생필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인하 등이다.

영등포 지원 유세 나선 한동훈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영진시장 삼거리에서 김영주 후보와 박용찬 후보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대형 공약인 만큼 발표할 때마다 논란이 따라왔다. 먼저 세 자녀 이상 대학등록금 면제 공약은 현금지원성 공약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의 지원금 공약에 대해 ‘포퓰리즘’ 비판을 했던 여당 입장을 고려할 때 입장이 바뀐 거냐는 비판이 수반됐다.

국회 완전 이전 공약도 비슷한 논란을 불렀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국회 이전 공약을 내자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부분 이전 찬성, 전체 이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번 국민의힘 공약에 대해 정치권에서 대체적으로 환영하면서도 ‘진정성’을 의심하는 떨떠름한 여운을 남긴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 이전 후에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금융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도 냈는데 일각에서는 현재 정부여당이 강력히 추진중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상충된다는 비판도 있다.

부가세 인하 관련해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에 대통령실이 호응하면서 현실화 가능성은 높아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9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인하 항목에 따라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도 있기 때문이다.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감세로 인한 ‘세수펑크’는 어떻게 할 거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이 답해야 한다.

이처럼 여당의 잇따른 공약 발표에 대해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는 28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절박하니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는 느낌 아니겠느냐”면서도 “여당은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줘야 하는데 여러 가지를 터뜨리고 그 중에 하나만 맞아라 식으로 가는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략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종인 전 의원은 최근 여당의 총선 행보에 대해 “여당이 전략이 없다”고 한마디로 요약했다.

여당의 ‘무전략’에 대한 비판은 그전부터 나왔다. 여당의 지지율이 빠지는 흐름이 감지됐을 때 한동훈 위원장이 달려간 곳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였다. 보수층 결집을 위한 행보였지만 과연 맞느냐라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27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층은) 두 주 뒤에는 돌아와서 찍을 가능성이 있고 중도층 떠난 분들은 찍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거 전략적으로만 보면 사실은 중도 행보를 해야 되는 게 맞다”면서 “(사저 방문은) 전략적으로 보면 좋은 선택이 아니다“고 말했다.

메시지도 일관성을 잃어가고 있다. 운동권심판론을내세우며 자객공천을 하려 했지만 대표적 청산 대상으로 꼽았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천되지 않으면서 바람이 잦아들었다.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여당이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조 심판’에 대해 ”그런 슬로건 가지고 이번 선거를 치르면, 중도층 표심은 더 멀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사당 세종 완전 이전’에 대해서도 ”국회 세종 이전은 찬성하지만, 선거 막판에 터뜨린 큰 공약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신뢰할까, 국민께 변화를 하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이재걸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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