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 갈 길 바쁜 오세훈

2024-03-29 13:00:25 게재

조직개편, 역점사업 속도

하드웨어 위주 배치 ‘약점’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임기 반환점 맞아 조직을 개편한다. 역점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를 올리고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26일 상업지역 총량제 폐지 등 강북권 대개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는 29일 민선8기 후반기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동행·매력특별시 서울의 성공적 추진과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사회문제 해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민정책과 국제 교류업무를 총괄할 ‘글로벌도시정책관’을 신설한다. 저출생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해 외국인·이민정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시 외국인 정책과 국제교류·협력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다소 불분명했던 부서별 전담업무를 명확히 하고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개편도 눈에 띈다. 초저출생 위기 극복에 앞장설 ‘저출생담당관’, 고령친화도시 구현에 나설 ‘돌봄·고독정책관’, 이민·다문화정책을 담당할 ‘외국인이민담당관’ ‘다문화담당관’을 각각 신설하기로 했다.

인구·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할 능동적인 조직 체계를 갖춘다는 게 시가 밝힌 개편안 핵심 내용이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는 속내가 읽힌다.

오 시장은 서울대개조를 본인의 핵심 성과물로 만들고자 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필두로 한강 르네상스 시즌2, 최근 잇달아 발표한 서남권 대개조, 강북권 대개조 등에 구상이 담겼다. 걸림돌은 사업의 규모다. 대부분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들이라 임기 내 결과물을 내기가 쉽지 않다. 오세훈표 수방대책인 대심도 빗물터널은 2028년 완공이 목표다. 대관람차인 서울링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정부의 조기 착공 지원 대책이 발표됐지만 사업적격성 조사 및 민자사업자 모집 등 행정절차에만 최소 27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또 다른 문제는 당초 목표 했던 사업들의 완공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불황과 공사비 급등이 불러온 건설 시장 추락이 원인이다. PF발 건설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다 오 시장을 서울시장으로 다시 불러 들인 재개발·재건축마저 주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공사비 문제가 간단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은 근본적인 사업성 문제로 이어져 공사나 개발사업 참여를 미루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전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애서 재개발 재건축을 촉진하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면서 “집을 짓는 건 서울시가 아닌 민간업체인데 이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워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억지로 공사를 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핵심사업이 서울의 하드웨어 개조에 집중돼 있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전 서울시 관계자는 “하드웨어 개조는 결국 건설과 개발이 수반돼야 하는데 해당 시장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오세훈표 핵심사업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야 하는데 특정 분야에 쏠려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오 시장 주력사업 중 안심소득, 1인가구대책, 저출생대책, 약자 동행 등 소프트웨어적인 정책도 많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정책들이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그런 정책들도 의미가 있지만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안팎에선 이번 이번 조직개편이 성과 창출과 핵심사업 속도 높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을 주도할 용산입체도시담당관을 신설하는 게 대표적이다. 시는 개편안 발표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를 서울 도심 대개조의 신호탄이 될 사업으로 손꼽았다. 대관람차 같은 대형 사업을 전담할 ‘도시활력담당관’을 신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 관계자는 “남은 2년 동안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래 행정수요에 선제 대응하고 도시공간을 혁신해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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