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받고 기소한 검사 “공소권 남용 아냐”

2024-04-01 13:00:03 게재

대법 “기소는 정당, 양형엔 고려”

상고 기각, 징역 2년 6개월 확정

검사가 고소인에게 뇌물을 받고 사기 혐의자를 기소했다는 이유로 재심이 결정된 사건에서 기소 자체가 무효가 되진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담당 검사가 직무에 관해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형사사건 재심이 열린 첫 사례이지만, 검사가 뇌물을 받았더라도 유죄 판단에 잘못이 없다면 기소를 무효로 볼 순 없고, 양형에만 반영하면 된다는 게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관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권남용,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오해,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2008년 5년 사기죄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2010년 5월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이후 A씨는 자신을 기소한 담당 검사가 본인을 고소했던 B사측으로부터 기소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 해당 검사는 2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2년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결국 A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재심이 개시됐다.

A씨는 재심대상판결에서 전부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 6개월을, 이후 항소심서는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심 재판에서 A씨측은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며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고 이에 기초해 기소가 이뤄졌으므로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소인이 고소한 사실의 내용, 피해 규모에 비췄을 때 기소하는 것이 마땅한 사안이었다”며 “검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예외없이 공소를 기각하면 형벌권 실현이란 형사소송법의 목표이념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 A씨 혐의 인정의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고소인이 A씨에게 피해 회복을 받기 위해 검사에게 뇌물을 준 점은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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