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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 강풍, ‘호남 이변’ 없어지나

2024-04-01 13:00:06 게재

권향엽, 여론조사서 우세

이정현 인물론 민심 공략

광주·전남은 정권 심판 바람으로 민주당 압승이 예상되는 곳이다. 그렇지만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한 순천광양곡성구례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지난달 30일 순천에서 만난 신 모(59)씨는 “이정현이 무소속으로 나왔으면 당선될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전면에 내세워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현재 판세는 정권 심판 바람에 힘입어 권향엽 민주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후보

여수MBC가 지난달 26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권 후보는 61%, 이 후보는 19%, 유현주 진보당 후보는 7%를 각각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57%, 국민의힘 8% 이었고, 응답자 78%가 이번 총선을 ‘현 정권 견제 선거’라고 인식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다른 조사도 비슷한 추세다. 권 후보 측은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공천 잡음이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대세를 잡았다고 보고 있다.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

열세인 이 후보는 인물론과 지역발전을 내세워 반전을 꾀하고 있다. 수 조원 규모 곡성 구례 양수발전소 유치, 광양제철소 안에 있는 매립지 ‘동호안 규제’ 완화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면서 바닥 민심을 자극했다.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선거 전략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실시된 20대 총선 때도 활용해 성공했다. 이 후보는 당시 노관규 민주당 후보와 구희승 국민의당 후보를 따돌리고 민주당 텃밭에서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 후보는 인물 경쟁력을 부각할 TV토론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교사인 장 모(54·여)씨는 “권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후보가 친근한 이미지로 노년층의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물론에 대한 회의적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이 후보가 박근혜 정부 때 ‘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시절과 지금이 다르다는 얘기다. 곡성에서 만난 오 모(54)씨는 “대통령이 잘 해야 바람이 부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너무 강하다”면서 “이런 분위기 탓에 인물론이 안 먹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권자들은 지역 특성을 변수로 꼽았다. 특히 표가 많은 순천·광양이 무소속 강세지역이다. 두 곳 모두 2022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시장을 선택했다. 광양은 이전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 후보를 연거푸 선택할 정도로 무소속이 강했다.

무소속 강세는 외지 인구가 많아서다. 1980년 후반 포스코 광양제철과 연관기업이 들어서면서 외지 인구가 대거 유입됐다. 이런 특성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전남 평균 득표율(11.44%) 보다 높은 15.7%를 얻었고, 신도시인 금호동에선 28%까지 득표했다.

포스코 광양제철과 연관기업 선택도 변수로 거론됐다. 이곳 분위기는 여론조사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심판 바람이 거세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선거 막판 이곳에서 쏠림현상이 불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는 얘기다. 광양에서 만난 오성록(62)씨는 “광양제철 분위기가 중요한데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여론조사 격차가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광양제철 관련업체를 운영 중인 김 모(57)씨는 “광양제철과 연관기업 분위기가 중요하지만 여론조사 격차가 워낙 커서 이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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