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부족 인정, 바꿀 것”… 이재명 “악어 눈물, 안 속아”

2024-04-01 13:00:03 게재

국민의힘, ‘반성 모드’에 ‘네거티브’ 섞고

민주당, ‘심판론’ 주력 … ‘자만’ 경계령

여권 ‘정권 비판’, 야권 ‘부동산 논란’ 커져

22대 총선 공식선거운동 개시 후 첫 주말을 보낸 여야의 대응이 대조적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심판론’ 확산에 따른 판세 전환을 위해 읍소와 야당 비판 카드를 꺼냈다. 정권의 반성을 촉구하는 후보자들의 목소리도 커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반기면서도 낙관적 전망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후보자의 부동산 의혹 확산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해주세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 31일 성남시 오리역 광장에서 분당을 김은혜 후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정부가 부족했다” 몸 낮춘 여권 =국민의힘이 반성모드와 네거티브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나섰다.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판세 반전을 위한 모든 패를 다 던지는 중이다.

주말 사이 국민의힘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은 ‘읍소’였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들까지 나서서 “반성한다” “달라지겠다”고 연거푸 외치며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달 31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대국민 읍소’도 이어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용인 유세에서 “여러분이 국민의힘과 정부에 부족한 게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며 “저도 인정한다. 저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당 후보들도 일제히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경기 성남 분당을 후보로 나선 김은혜 후보는 “정신 차리겠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서울 동작을)는 SNS에 “국민의힘 실망과 질타를 적극적으로 정부에 전달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성찰했다.

조해진 후보(경남 김해을)는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대통령실·내각의 총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사무처 노조까지 성명을 내고 “개헌저지선을 지켜달라. 최소한의 국정 동력을 확보해달라”고 읍소했다.

반성모드를 켰지만 네거티브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유세 내내 거친 표현을 동원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후보들을 비난했다.

30일 경기도 부천 유세에선 민주당 후보들을 언급하며 “김준혁, 양문석씨 등의 쓰레기 같은 말을 들어보라”며 “정치를 뭐같이 하는 사람을 경멸한다”고 했다. 이 대표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형수에게 했던 말, 그거 쓰레기같은 말 아니냐”고 저격했다. 앞서 28일에는 이 대표 등을 겨냥해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에는 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띄우며 당내 기구로 출범시킨 이조심판특별위원회(신지호 위원장)가 네거티브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이조심판특위는 1일 양문석 후보의 딸 명의 대출과 관련해 양 후보를 대출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배우자인 이종근 변호사 논란도 집중 공세 대상이다. 이조심판특위는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변호사가 검찰 재직 시절 책임을 맡았던 ‘MBI 다단계 사기사건’에 대한 부실수사로 피해를 더 키웠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고 이에 답하라고 몰아붙였다.

선거유세 하는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월 31일 계양구 서운동성당 앞에서 배우 이기영씨와 함께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승기 잡았으나, 실수 없어야” =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심판론’ 바람몰이에 집중하는 한편 ‘낙관론’ 등 판세에 영향을 끼칠 변수를 줄이는데 힘을 쏟는 양상이다. 여당의 자극적인 공격에도 맞대응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한강벨트·낙동강벨트 등에서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만한 모습으로 비쳐 판세전환에 빌미를 제공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공식선거운동 개시 후 ‘심판론’ 확산 등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2년 동안 국민이 하도 시달리고 안 볼 걸 보고 그래서 아예 평가가 아니라 심판하는 선거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민주당이) 승기는 잡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굉장히 예민하다. 실수가 없도록 지금부터 예의주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막판에 가서 양 지지층이 결집하고 고연령층의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면 오차범위내 지지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심판론 확산을 위한 정권비판 등에 집중하면서도 ‘자만’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에는 경계령을 내렸다. 민주당 대변인단은 31일 채상병 사망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과 국민의힘 후보의 재산 축소의혹·전세사기사건 변호 의혹 등에 공세를 이어갔다. 한편으론 민주당 우세 등의 보도가 이어지자 “당 차원의 판세분석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표는 ‘여당의 읍소작전’을 지목해 “악어의 눈물, 이번에 속으면 안 된다”면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31일 유튜브 방송에서 “분명히 단체로 몰려 나와서 잘못했다, 반성한다 이러면서 큰절하고 그럴 것”이라면서 “속으면 안 된다. 정말로 다급한 건 우리”라며 “그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거나 국회 1당이 되거나 이런 순간이 오면 이 나라가 걷잡을 수 없다. 심판은커녕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후보자의 부동산 관련 의혹 확산에 대해선 고심 흔적이 역력하다. 국민의힘 등은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 대출’ 의혹과 공영운(경기 화성을) 양부남(광주 서구을) 후보의 자녀 주택 증여 논란에 공세를 퍼붓고 있다.

민주당도 부동산 이슈가 특히 2030세대 표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갭투기 의혹’으로 세종갑 이영선 후보 공천을 취소한 바 있다.

해당 후보자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면서도 “불법은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강민석 대변인은 31일 “개별 후보가 대응할 문제”라며 당 차원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다. 김부겸 선대위원장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이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결국은 국민 눈높이와 객관적 잣대에 맞춰 판단이 내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지지율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조국혁신당은 윤석열정권에 대한 심판을 거듭 강조했다. 조 국 대표는 31일 방송된 TV연설에서 “윤 정권의 무능력, 무도함, 무책임은 밤이 새도록 나열해도 끝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제는 멈춰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이 더 망가지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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