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눈가리는 지역주택조합사업 ‘제동’
조합원현황·분담금내역 공개의무화
서울시, 이행 안하면 구역지정 중단
서울시가 잡음이 끊이지 않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칼을 댄다.
시는 "앞으로 조합원 모집현황이나 회계감사 보고서, 분담금 납부내역 등을 공유하지 않고 깜깜이로 추진하는 지역주택조합은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지역주택조합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기 전 제동을 거는 방식을 도입한다. 법적 의무사항인 정보공개 여부 등을 점검한 뒤 구역지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5000㎡ 이상 또는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아파트)을 건설하려면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은 일반적으로 ‘조합원 모집신고 →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 조합설립인가 → 사업계획승인 → 착공 → 준공 →조합청산’의 절차를 거친다.
서울시 조치는 법적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조합설립인가 전 단계인 ‘구역 지정’을 불가능하게 해 사업에 제동을 거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시 내에서 추진 중인 지역주택조합은 118곳이며 이 가운데 97%인 114곳이 지정 대상이다. 사실상 모든 조합이 해당 지침을 이행하지 않고는 사업을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조합원 피해, 잡음 끊이지 않아 = 그간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그 중에서도 치솟은 집값 때문에 분양 아파트 구입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안겼다. 일례로 2016년 일간지 공고를 통해 조합원을 모집한 ㄱ조합은 2024년 현재까지 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조합원으로 가입한 ㄴ씨는 3년이 다 돼가지만 조합원 명부, 자금 사용내역 등 사업관련 정보를 전혀 볼 수 없었다. 가입 당시 지구단위계획 입안 제안서 접수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사업이 빨리 추진될 거라 믿었지만 이제는 투자금을 날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크다.
시가 구역지정 단계에서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이같은 상황이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합설립인가를 받기도 전인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을 위한 계획수립 단계에서 마치 사업 속도가 나는 것처럼 조합원을 모아 놓고 추진을 미루거나 정보제공을 하지 않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조합원 모집현황, 토지 사용권 확보, 분담금 납부내역 등 정보공개를 제대로 하는지 철저히 점검해 구역지정 여부에 반영할 것”이라며 “점검 후에도 시정하지 않으면 구역지정은 물론 일련의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나 자치구 단속과 점검 외에 주민 스스로 조합 가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시가 지난해 8~10월 111개 사업지를 대상으로 합동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82개 조합에서 모두 396건의 지침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자금 운용이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특히 문제로 지적됐다. 연간 자금 운용계획 및 집행실적 등 실적보고서를 제때 관할구청에 제출하지 않거나 회계감사, 해산총회 개최 등 법이 정한 의무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곳이 상당수였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더욱 체계적이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강도 높은 실태조사와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조합원을 보호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