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 이후 재판 자제’ 고용부-사법부 갈등

2024-04-02 13:00:13 게재

서울고용노동청 “위법 조항 … 6월 3일까지 시정” 명령

법원행정처 “단협 아닌 정책합의서 … 이의 검토” 예고

법원행정처 노·사가 지난해 ‘오후 6시 이후 재판 자제’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추진서’를 체결한 것에 대해 정부 당국이 ‘위법 단체협약’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려 갈등을 빚고 있다.

2일 고용노동부와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은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법원행정처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대상으로 오늘 6월 3일까지 단체협약 시정을 명령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법원행정처와 각급 지방법원,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정책추진서’라는 이름으로 합의를 체결했다.

정책합의서에는 △오후 6시 이후 재판 자제 △법원이 운영하는 위원회에 노동조합 참여 보장 △전체법관회의 안건에 ‘법원장 후보 추천에 법원 구성원 참여 보장 등’ 포함 △양형 조사제도의 법제화 등 67개 조항이 들어있다.

이에 서울고용노동청은 지난해 7월에 법원행정처 및 각급 지방법원과 전공노 법원본부가 ‘정책추진서’라는 이름으로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해 위법한 내용이 있음을 확인하고, 같은해 1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한 바 있다.

서울지노위는 이 같은 조항 모두가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 및 그 시행령 제4조 각 호에 따른 ‘비교섭사항’에 해당하는 위법한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법은 공무원노조가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즉, 해당 합의서에 공무원이 단체교섭으로 체결할 수 없는 사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는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7년 대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은 2007년 단체협약 중 일부 조항이 유사하게 포함돼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서울지노위는 문서의 명칭이 정책합의서라고 하더라도 종합적으로 볼 때 단체교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교섭 및 체결 권한 등을 정한 ‘공무원노조법’ 제8조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명칭이 합의서라도 단체협약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법원행정처는 이날 밤 늦게 입장문을 내고 “(정책추진서가) 단체협약임을 전제로 비교섭 사항이 포함됐다고 시정명령 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행정처 및 각급 법원과 전공노 법원본부 사이의 정책추진서는 단체협약과 효력을 달리하는 문서로, 단체협약으로서 법적 구속력도 없다”며 “상호 신의로 향후 그 방향으로 추진하고 노력한다는 입장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정명령에 동의할 수 없고, 이에 대해서는 향후 검토를 거쳐 이의 등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선일 한남진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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