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하고만 싶었는데… 힐링센터가 살렸다”

2024-04-04 13:00:01 게재

강남구 치유 주제 전용공간 효과 톡톡

삼성·개포동 이어 신사동 개관 준비중

“마음이 힘들 때 차 한잔 앞에 놓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 누그러져요. 공간 자체가 아늑하고 편안한데다 뭔가 내려놓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민 정명혜(69)씨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강남힐링센터 개포’를 거의 매일 찾는다.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 가까이 집을 옮긴 뒤 직접 발품을 팔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찾던 그에게 꼭 맞는 곳이다. 글쓰기와 연극 강좌 수강은 물론 치유의숲 체험, 음악·영화 감상, 신년음악회 등 센터에서 준비한 모든 과정이 그에게 위로가 되고 그를 치유했다. 그는 “8개월간 은둔하고만 싶고 남이 말 시키는 것도 싫고 바닥까지 다 겪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됐다”며 “힐링센터와 (센터) 뒷산이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강남힐링센터 개포에서 한국무용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강남구 제공

4일 강남구에 따르면 치유를 주제로 조성한 전용공간이 톡톡히 효과를 얻고 있다. 2020년 7월 삼성동 코엑스에 첫 선을 보였고 이듬해 9월 개포동에 두번째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 한해 이용자가 10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주민들 호응이 크다.

직장인이 많은 도심에 자리한 코엑스점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충전을 희망하는 30·40대 회사원을 주로 공략한다. 점심시간이나 퇴근길에 요가나 작은 도구를 이용한 필라테스 등 정적이면서도 활력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대모산 끝자락, 개포문화공원에 안착한 개포점은 주변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해 주말까지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 발걸음을 붙든다. 따뜻한 색감으로 꾸민 주 강의실이 문밖 계단식 잔디광장까지 연결돼 강의실 문을 열면 자연스레 야외 관람석이 생긴다. 안마의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스트레스 측정과 연계한 신체활동이 가능하고 치유 관련 도서를 한데 모은 서가, 식물 속에서 여유로운 차 한잔을 즐기는 카페숲까지 짜임새가 다양하다.

1년 6개월 전 개포동으로 이사한 정명혜씨는 지역 내 문화공간을 일일이 답사한 뒤 힐링센터를 택했고 이 공간들을 십분 활용한다. 도전과 배움에 대한 욕구가 있는 젊은층과 어우러지면서 기운을 받는다. 그는 “단체 대화방도 만들고 식사나 차를 같이 하면서 새롭게 동행하는 친구가 생겼다”며 “모두 자기 안에 십자가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로가 위로하고 다독인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특히 지난해부터 힐링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주민들이 일상 습관을 다듬고 치유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돕는다. 운동 마음 관계 음식까지 4대 습관 개선 프로젝트다. 잘못된 몸 움직임을 바꿔 건강을 회복하고 마음치유로 우울감 등을 다스리는 식이다. 가족 친구 이웃과 더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고 식습관을 바꿔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개포동 주민 박혜성(55)씨는 ‘덩실덩실 한국무용’으로 운동습관을 바꾸는 중이다. 잔디광장에서 보이는 강의실 모습에 바로 수강신청을 했다. 그는 “절제된 동작과 호흡을 하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며 “다른 운동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인혜 강사는 “무용에 어울리는 복장을 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도록 권한다”며 “서로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모두가 중요한 존재임을 인식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반기별 명사 초청 특별강연, 하루특강 등을 개설하는 동시에 하반기에는 전용 누리집을 개설해 이용자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최근 질 높은 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남힐링센터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했다”며 “올해 신사동에도 힐링센터를 추가해 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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