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탈퇴 종용 의혹’ 허영인 SPC 회장 구속 갈림길

2024-04-04 13:00:10 게재

수차례 조사 응하지 않자 검찰, 체포 후 구속영장

허 회장 배임 혐의 수사정보 빼돌린 의혹도 조사

SPC “영장 청구할 정도로 혐의 명백하지 않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4일 결정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허 회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허 회장은 지난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사측의 친화적인 한국노총 식품노련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처럼 PB파트너즈가 부당노동행위를 하는데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2일 구속기소한 황재복 SPC 대표이사 등 임원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지난달 18, 19, 21일 검찰 소환을 통보받았으나 업무 일정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같은 달 25일에는 검찰에 나왔으나 갑작스런 가슴 통증을 이유로 1시간 만에 귀가했다. 이에 검찰은 같은 달 29일 다시 출석을 요청했으나 허 회장이 병원 입원을 이유로 불응하자 이달 2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이와 관련 SPC는 “허 회장은 75세의 고령과 건강상태 악화로 검찰 조사에 응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상황에서 심신의 안정을 취해 건강상태가 호전되면 검찰에 출석하려 했고, 이같은 사정을 검찰에 소명했음에도 검찰이 허 회장의 입장이나 상태를 무시하고 무리한 체포영장을 집행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인멸, 도주 우려 등이 있다고 보고 3일 사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허 회장이 업무와 건강 등을 이유로 계속 조사를 거부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신병을 확보해 혐의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노조와해 지시·보고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SPC가 검찰 수사관을 통해 허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정보를 빼돌리는 과정에 허 회장이 직접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민주노총 탈퇴 강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황 대표와 백 모 SPC 전무가 검찰 수사관 김 모씨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등 수사 정보를 빼돌리고 그 대가로 620만원 상당의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확보했다. 당시는 허 회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다. 백 전무와 김씨는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 황 대표 공소장에는 김씨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청구시점과 대상 등 수사정보를 총 66회에 걸쳐 전달받은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SPC는 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다시 입장문을 내고 “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의 환자에 대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의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이 사건에서 허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허 회장의 입장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주기를 바랐으나 그렇지 않은 현 상황에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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