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보험 재해 손실 연평균 540억달러 ‘세계 최고’

2024-04-05 13:00:42 게재

지난해 홍수로 320억달러 손실

보험가입금액 14억달러에 불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발생이 더 잦아지면서 이로 인한 손실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재난 대비가 부족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리스크가 더 큰 가운데 경제규모 2위 국가인 중국도 보험 대비가 미흡해 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한 손실이 연간 540억달러(약 7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영국의 대형 보험중개사 에이온(Aon)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무보험 재해 관련 손실이 2000년 이후 연평균 약 540억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14일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솽야산시의 농업용 비료 철로 근처에서 작업자들이 비료 포대를 내리고 있다. 헤이룽장성은 지난해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신화=연합뉴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중국 북부와 북동부 지역을 휩쓸었던 홍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재해로 320억달러 넘게 손실이 났다. 이는 중국 연평균 손실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지만 여기에서 보험에 가입된 금액은 14억달러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자연재해로 인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약 65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로 지난해 여름 중국의 대홍수와 인도의 가뭄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손실은 전 세계 손실의 약 17%에 불과하지만, 자연재해 관련 손실의 91%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보험 보호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전 세계 평균인 69%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보험으로 보장받은 손실은 총 60억달러에 불과하다.

에이온의 아시아 재보험 솔루션 분석 책임자인 브래드 위어는 “기후 변동성으로 인해 최근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던 지역에 자연재해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이러한 지역 사회는 일반적으로 준비가 부족하고 적절한 보험이 마련돼 있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재해에 대한 더 나은 대비를 위해 고급 기후 모델링과 위험 평가 분석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면서 “위험을 줄이고 생명을 보호하고 회복력을 증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이온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로 홍수부터 가뭄, 사이클론, 산불에 이르기까지 약 400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피해액은 3800억달러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또한 재해 대비에 있어 지역별로 극명한 차이도 나타났다. 손실을 유발하는 상위 10대 사건 중 4개가 미국에서 발생했으며, 손실의 약 70%가 보험에 가입돼 있다.

그러나 가장 피해가 큰 나머지 6가지 사건과 사망자가 가장 많은 10가지 사건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발생했다. 여기에는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이 있으며, 이 사건은 2023년 가장 치명적이면서도 가장 많은 손실을 입힌 사건이다.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모두 보험에 가입한 비율이 17% 이하에 불과한 가운데, 미국 외에 미국의 보험 가입 수준에 근접한 지역은 없었다. 튀르키예와 중국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손실이 가장 컸고, 미국, 이탈리아, 멕시코,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중국 북부와 북동부 지역 홍수 다음으로 피해가 컸던 사건은 인도와 중국의 가뭄으로 각각 약 36억달러와 27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5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강타한 사이클론 모카와 태풍 독수리가 경제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준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온 상승과 더 빈번하고 심각한 기상이변으로 인해 향후 10년 내에 보험에 가입한 재해 관련 손실이 2배로 증가할 수 있어 위험 완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세 오제세코바 스위스리 글로벌 고객 및 솔루션 부문 CEO는 “기후 변화로 기상 위험이 심화됨에 따라 위험 평가 및 보험료가 빠르게 진화하는 위험 환경을 따라가야 한다”면서 “민간과 공공 부문이 협력해 손해보험료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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