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실 환자 살인한 치매노인'무죄'

2024-04-05 13:00:49 게재

대법, ‘심신상실’ 인정 … 치료감호청구도 기각

알콜성 치매를 앓는 노인이 같은 병실 환자를 때려 숨지게 했으나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이유는 피고인이 ‘심신미약’이 아닌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또 치료감호청구에 대해서도 필요성과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요양병원에서 관리를 받도록 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상해치사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박 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박씨는 2021년 8월 7일 오전 3시 30분쯤 병실을 나가려다 간호조무사에게 저지당하자, 철제 소화기를 집어 들어 같은 병실에서 자고 있던 남성 A씨의 얼굴과 머리를 내려쳐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외상성 다발성 두개골 골절 등 상해를 입었고, 사흘 뒤 사망했다.

박씨측은 “중증 치매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며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씨는 2004년 12월부터 한 병원에서 ‘알코올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장애(의존성 증후군)’로 치료를 받아왔다.

형법 10조에 따라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심신상실)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 능력이 아예 없지는 않으나 모자란 경우 ‘심신미약’으로 형을 감경할 수 있다.

검사는 박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고 공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박씨가 심신미약을 넘어서 심신상실 상태라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은 의료감정 결과와 병원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박씨가) 평소 어느 정도의 인지능력을 갖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범행 당시에는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변식(분별)할 만한 판단 능력이나 그 변식에 따라 행동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치료감호를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가 불가능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어 치료감호시설보다는 요양시설에서의 관리가 더욱 적절할 수 있다”며 기각했다.

검사가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치료감호 청구에 대해서도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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