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탈퇴 종용’ 의혹 허영인 SPC 회장 구속

2024-04-05 13:00:52 게재

법원 “증거인멸 염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5일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허 회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날 새벽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허 회장은 지난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식품노련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는데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PB파트너즈의 부당노동행위에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2일 구속기소된 황재복 SPC 대표이사 등 임원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SPC가 2022년 9월~2023년 5월 검찰 수사관 김 모씨로부터 허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 관련 수사 정보를 빼돌리고 그 대가로 62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데에도 허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허 회장은 지난달 18, 19, 21일 세차례 검찰 소환을 통보받았으나 업무 일정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같은 달 25일에는 검찰에 출석했으나 가슴 통증을 호소해 1시간 만에 귀가했다. 이에 검찰은 이달 1일 다시 출석할 것을 통보했으나 허 회장이 불응하자 다음날 병원에 입원해 있던 허 회장을 체포했다.

SPC는 검찰이 허 회장을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두 차례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나타낸 바 있다. SPC는 입장문에서 “허 회장은 조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의 환자에 대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정도로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이 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검찰의 SPC그룹 노조 와해 의혹 수사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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