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안해도 최소 성과급 지급해야”

2024-04-08 13:00:03 게재

지방공기업 산하 센터 직원 승소

대법, 원심 “미지급 정당” 파기 환송

“최하기준 지급 의무 있다” 판단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성과평가를 하지 않은 산하 기구 직원들에게 지방공기업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성과급 지급 대상이 되는 만큼 평가를 하지 않았어도 최하 기준의 성과급은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대구도시개발공사 산하 레포츠센터 직원 A씨 등 25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성과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공사는 2007년 4월 성과평가에 근거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성과관리 규정을 도입했다. 규정에 따르면 성과급은 정부의 공사 평가 등급(가·나·다·라·마)에 따라 전 직원에게 주는 ‘자체성과급’과, 4단계(수·우·양·가)의 직원 근무 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인센티브 평가급’으로 나뉜다.

공사는 규정 도입 이후 실시한 평가 결과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했으나 센터 소속 직원에게는 주지 않았다. 이에 A씨 등은 “2016~2018년 성과급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2020년 소송을 냈다.

공사는 해당 직원들이 별개 사업체인 레포츠센터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공사의 임금 규정이 아닌 센터의 직원 관리 예규가 적용돼 성과급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에서는 레포츠센터 직원들이 성과관리규정 적용을 받는 근로자인지를 다퉜다.

1심은 성과관리규정이 레포츠센터 직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2심은 레포츠센터 직원도 성과급 지급 대상이 맞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으니 성과급 지급 의무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사가 센터에 위임한 근로계약에 따라 채용이 진행된 데다 근로기준법의 차별금지 규정을 고려하면 공사의 성과관리 규정이 센터 직원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성과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성과급 지급 액수를 특정할 수 없다”며 “또 정부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을 경우 공사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공사 규정 적용 여부가 인정돼, 상고심에서는 일부 성과급이라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공사의 성과급 지급 의무가 있다”며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공사가 정부로부터 받은 평가를 기준으로 성과평가를 하지 않은 직원에게도 최하 등급의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공사가 정부 평가에서 가장 낮은 ‘마’ 등급을 받을 경우 선별적으로 주는 ‘인센티브 평가급’은 지급 의무가 없지만 공통으로 주는 ‘자체평가급’(지급률 100%)은 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공사는 2016~2018년 동안 ‘마’ 등급을 받지도 않았다.

실제 공사는 소송 대상이 된 3년간 개인 평가에서 최하의 ‘가’ 등급을 받은 직원에게 170%(2016년), 175%(2017년), 130%(2018년)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대법은 “최소 한도의 성과급 지급 의무도 인정하지 않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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