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수시채용 비중 절반 넘어
올해 전년 대비 15% 증가, 12.6만명 채용 계획
대졸 입도선매식 일괄채용, 전문인재 확보 못해
일본 기업의 채용 관행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학 3학년만 되면 입도선매식으로 일괄 채용하던 방식에서 경력직을 중심으로 수시채용 관행이 확산하고 있다. 갈수록 인력부족이 심해지고, 전문분야 인재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주요기업 224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54개사(54.2%)가 올해 수시채용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해 지난해(795개사)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들 기업이 수시로 채용할 인원은 지난해 대비 15.0% 증가한 12만6300여명에 달했다. 고교 졸업생을 포함하면 14.7% 늘어난 16만7220여명 수준이다. 수시채용을 하겠다고 답한 응답은 기업수와 인원 모두 역대 최고수준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밝혔다.
수시채용이 많은 업종은 IT 관련 분야다. 일본IBM은 지난해 대비 73.1% 증가한 1200여명을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과 사이버보안 등과 관련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히타치제작소도 전년 대비 28.8% 늘어난 670명을 수시로 채용할 계획이다.
히타치는 직원들이 지인이나 친구를 소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인재를 확보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력서로 파악하기 힘든 취업희망자의 인성이나 사회성 등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대비 1.3% 늘려 3200명을 뽑을 계획인 엔지니어 파견 전문업체 ‘테크노프로’는 기업이 구직자와 직접 만나 자격 등을 검증할 수 있는 ‘다이렉트 리크루팅’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테크노프로 경영기획부 관계자는 “전직 시장이 활성화하는 가운데 입사후의 경력관리와 교육연수 계획 등을 알기쉽게 제시하고 있다”며 “구직자들이 안심하고 자신의 경력관리를 해나갈 수 있는 직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시채용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복수의 답변을 물었더니 ‘직접 채용’이 55.4%로 가장 많았다. ‘추천을 통한 채용’(55.1%)과 ‘중도퇴직자의 교류 네트워크를 활용한 채용’(25.1)도 선호했다. 기업이 단순히 구인사이트에 모집공고만 내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내 직원의 추천제도 도입 등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데는 그만큼 전문분야 인재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저출산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장기간 이어진 대졸 신입사원 일괄채용은 한계에 달하고 있다”며 “경직적인 연공서열을 뼈대로 한 채용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야마다 히사시 호세이대학 교수는 “젊은 사원들이 직장내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인사와 채용제도를 바꾸고 있다”면서 “이러한 제도개선의 일환으로 수시채용을 확대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일본 기업의 전통적 채용방식인 대졸자 일괄채용은 2025년도에도 올해대비 15.6% 증가한 13만57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11년 이후 15년 연속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증가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올해 대졸 공개채용도 당초 계획에 비해 88.1% 수준에 그쳤다.
한편 일본 경제산업성 추산에 의하면, 일본내 IT분야 전문인력은 2030년 최대 79만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